이창호.유창혁 7단이 9단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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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이창호7단과 유창혁7단이 드디어 「9단」이 된다.한국기원 프로기사회(회장 천풍조7단)는 4월29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세계챔피언의 9단 자동승단」을 이사회에 건의하기로 했다.이제 상임이사회만 통과하면 세계대회 우승자인 두 기사는 승단대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9단이 된다.현재 9단은 10명.입단이 빠른劉7단이 서열 11번,李7단이 12번이 된다.
프로기사회는 1년 전에도 같은 내용을 건의했으나 상임이사회에선 이 안건을 논란끝에 부결시켰다.그러나 올해는 사전에 「통과」쪽으로 조율이 돼 있어 이달중이나 늦어도 6월초엔 두 기사가9단이 될 것 같다고 천풍조 기사회장이 밝혔다.
이창호7단과 유창혁7단에게 곧장 9단을 주자는 주장은 그들이3단일 때부터 시작됐다.특히 바둑팬들 사이에서 『중국은 실력만있으면 즉각 9단인데 왜 우리만 3단이고 4단이냐』는 항의가 끝없이 제기됐다.두 기사가 세계챔피언이 되자 프로기사들도 동조자가 늘어났다.
그러나 승단원칙을 고수하려는 측의 반론도 설득력이 충분했다.
그들은 『단위는 실력보다는 연륜과 관록을 반영한다.태권도에서도4,5단의 실력이 더 세지 않은가』라고 말했다.『실력이 높다고승단시킨다면 실력이 없는 기사는 강단(降段)시 켜야 옳다.그게현실적으로 가능한가』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실 9단도 나이들면 초단에게도 진다.이때 초단이 9단되고 9단이 초단되는 게 옳은가.아니면 단위를 「도장의 서열」이라는고전적 의미로 받아들여 계속 전통을 이어가는 게 옳은가.몇년전일본에선 「일본바둑쇠망론」이 제기됐는데 그 핵 심은 소위「입신(入神)」이라는 9단이 너무 많아 권위를 잃었다는 것이다.그들은 엄격한 승단제도를 지닌 한국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번의 상임이사회 멤버들은 이미 마음을 바꿨다.조남철9단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창호와 유창혁이 9단되는 것은 당연하다.그들은 공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실제로 지난번의 상임이사회도 이창호7단과 유창혁7단의 9단승단을 반대 하지는 않았다.예를 들어 초단이 세계챔피언이 돼도 즉각 9단을 줘야하느냐하는 문제 때문에 규정변경을 망설였다는 것이다.현재현 한국기원이사장은 대체로 찬성.정동식 사무국장이나 장수영.홍태선이사 등도 찬성이다.그렇다면 거의 결정됐다.
바둑강국중 유일하게 원칙을 고수해 온 한국기원도 「실력우선」이라는 시대의 변화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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