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금리는 내리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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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초에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이론에서만 가능했던 소위파인 튜닝(fine tuning)을 실제로 성공시켜 보였다하여연방준비은행제도 이사회 의장인 그린스펀에 대한 성가가 올라갔다.그 때문에 그의 7년 임기 재임이 거의 확실 해졌음은 두말할나위없는 일이었다.파인 튜닝이란 반년 또는 1년정도 앞을 예측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미리 조정,과도하게 경기가 호황으로 치닫거나 거꾸로 침체될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금융정책이다.이것을 실제로 해 보였을 뿐 아니라 계속 성공시킨 사람이 바로 그린스펀이다. 이 노신사는 젊은 시절 통기타를 들고 밤거리를 누비며록가수로 출세해 보려는 야망을 가졌던 청년이었다.그러나 재능이그쪽이 아님을 깨달은 그는 야간대학에 등록해 경제학을 배우기 시작했다는데 50년이 지난 오늘 역사적인 큰 업적을 쌓기에 이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금리를 어떻게 하면 내릴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있는 머리를 모두 동원해 묘책을 찾고 있다.그러나 아무리짜 보아도 96년 중에는 회사채 수익률 기준으로 11%선에서 맴돌 뿐 한자리 숫자의 금리는 곤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중앙은행이 설사 재할인율을 낮추는 등의 방법으로 금리를 선도하고 싶어도 능력이 없다고 한다.그 이유는 한은이 대출할 수 있는 자금의 거의 대부분은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한 어음할인액의 일정 비율을 자동 대출해주는 것이기때문에 줄이고 늘리고 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우리나라 교과서에도 지난 50여년동안 그런 정책이 있다고는 돼 있으나 현실은그렇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제대로 재할인 정책을 쓸 수 있으려면 중소기업 지원방식을 바꾸어야 한다.재정에서 부담을 져야지 지금 같은 식으로 금융부문에 짐을 지워서는 금리를 움직일 수 없다.이번에 지준율을 2%포인트 낮추어 평균 7.4%로 내렸지만 지준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도 과거 정책자금으로 풀려나가는 만큼 은행의 대출을 막기위해 그렇게 올려놨던 것이다.따라서 앞으로 지준율을 더 내리려면 정책자금을 줄여야 한다.
또 공개시장 조작정책이란 것도 제대로 하려면 재정증권이나 국공채를 매매해야 한다.그러나 현재 재정증권은 거의 없고 그 이외의 국공채가 조금 있으나 조작대상 증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그래서 편법으로 한국은행이 발행한 통화안정증권을 가지고 조절하고 있는데,그 규모가 작을 뿐 아니라 이 통안채(通安債)이자가 매년 2조원쯤 되고 이걸 돈을 찍어 메우고 있으니 정책은 고사하고 모양이 좋질 않다.지금이라도 재정증권을 발행하고 그 이자부담도 재정에서 담당해야 한다.그 래야 금리를 내려보고 올려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 질 것이다.
금리 얘기 하자면 어디 그뿐이겠는가만서도 우선 근본적인 것 하나를 짚어본 것이다.왜 또 없겠는가.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만 해도 여럿 있다.
고(高)성장정책을 버려야 한다.성장률이 7%를 넘으면 물가는4%이하가 되기 어려운 것이고 이런 고성장 경제에서는 11%대의 금리가 불가피하다.
그 이하를 기대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하다.한자리 수의 금리수준을 갖는 경제라는 것은 양적 성장보다 질 위주의 선진경제에나 있음직한 것이다.이런 경제에서는 자금시장이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지 정부의 간섭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정되는 경제는 아니다.이렇게 본다면 금리가 한자리수로 내려간다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금리가 곧바로 내려가면 좋으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급히 내린다면 이것은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거나 증권시장이 붕괴할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가위 파괴적일 수 있는 것이다.이번의 경우에는 신탁제 도를 고치면서금리를 내리기 때문에 은행의 수지에 제일 큰 타격이 예상된다.
보험차익에 대해서도 과세한다면 신탁과 함께 생명보험이 희생될 것이다.결국 금리는 내려갈 것이지만 경제를 파국으로 몰지 않으려면 급락하는 금리는 피해야 할 일 일 것이다.
민병균 長銀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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