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51.현대사회에서 윤리정치 과연 가능한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현대사회에서 윤리에 바탕을 둔 정치는 과연 가능한가.』 총선이 끝난뒤 선거 부정을 둘러싸고 시끄럽다.선거기간중 각종 탈법이 횡행했고,실제로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자도 상당수에 이른다.「무슨 수단을 쓰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엄포가 무색하다.도덕적이고 청 렴한 사람일수록오히려 당선될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일까.
올해 총선에 이어 내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 마당에 「정치와 윤리의 관계」는 시사적 문제를 철학적으로 주제화한 논제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서양의 고대 정치사상가에겐 윤리학과 정치학이 구별되지 않았다.동양사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는 별개가 아니었다.이런 전통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인에 게 대단한 윤리적 기준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서양 근대정치학의 기원으로 간주되는 마키아벨리는 정치와 윤리 분리를 표명한 최초의 정치학자다.근대 이후의 정치가 더이상 과거와 같이 윤리적 규칙에 의해 제단될 수 없는 「권모 술수」와 같은 독자적 원칙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오늘날 정치철학은 바로 이같은 정치와 윤리의 분리가 정치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의 위기를 가져오고,이것이 현대정치의 위기를 낳았다고 진단한다.
이 논제에 대한 논술은 크게 두가지 방식이 가능하다.하나는 정치의 도덕화 가능성을 옹호하는 것이다.학연이나 지연,경제적 이해관계 등 일상생활에서 큰 힘을 미치는 요소들을 통제하고 도덕을 합리화하기 위한 「토론문화」가 필요하다고 주 장하는 것이그 대표적인 논지.일상생활의 도덕적 합리화를 통해 오늘날 정치의 도덕적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 정치가 윤리와 화해할 수 없음을 주장할 수도 있다.물론 이런 입장을 취하기 위해선 어떤 이유로 정치가 윤리와 화해할 수 없는가를 설명해야 한다.그러나 이런 입장은 대단한 위험이 따른다.현 정치현실의 부정적 결과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비관적 태도에선 「창조적」대안을 기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중요한 것은 현대사회에서 정치와 윤리의 긴장관계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현실로 인정하기보다 비판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 하는 것이다.그렇다고 단순히 「윤리적인 정치가 되어야 한다」거나 「윤리적인 정치가 바람직하다」는 식의 당위론적으로 대답해서는 곤란하다.
김창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