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힐러리 주’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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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 의회 관계자들은 공화당·민주당을 가릴 것 없이 현재 판세를 놓고 “힐러리가 승리한 주를 잡아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분석에 동의한다. 민주당 경선 당시 힐러리가 오바마를 눌렀던 지역에서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대통령 자리의 향배가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CNN의 판세 분석을 봐도 ‘힐러리 주(州)’의 중요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힐러리는 민주당 경선 당시 21개 주에서 오바마를 눌렀다. 여론조사 결과 21곳 가운데 현재 오바마가 매케인에게 앞서고 있는 지역은 뉴욕·뉴저지 등 6곳에 불과하다. 반면 텍사스·켄터키 등 9곳에선 매케인이 앞서고 있고, 6곳에선 두 후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매케인에게 5%포인트가량 앞서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힐러리 주’에서 오바마가 고전하고 있음이 뚜렷한 것이다.

선거 전문가들은 또 전국 여론조사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 역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주마다 선거인단을 뽑고,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 전체를 독식하기 때문에 전국 여론조사보다는 주별 여론조사가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CNN이 분류한 경합지역 11곳 가운데 6곳(뉴햄프셔·오하이오·미시간·플로리다·뉴멕시코·네바다)이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를 누른 곳이다.

오바마가 캘리포니아 등 선거인단 수가 많은 곳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어 앞서가고는 있지만 2~5% 안팎에서 경합 중인 ‘힐러리 주’에서 매케인에게 밀릴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미 의회 관계자는 “힐러리를 지지했던 중장년층 백인들의 선택이 대선 승부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진영은 이런 상황을 감안해 경선 과정에서 남은 앙금은 감추고 힐러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25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각각 연설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일부에선 전당대회 때 힐러리를 부통령 후보로 등록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반면 매케인 진영은 힐러리가 승리했던 미시간·펜실베이니아·뉴햄프셔 등 북동부 지역 공략을 통해 역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워싱턴에선 “매케인이 다음달 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4년 뒤 재출마하지 않겠다는 단임 선언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 또한 대권의 꿈을 접지 않은 힐러리를 의식한 전략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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