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총재 만남과 다른 金대통령.김종필 총재 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9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마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기자들에게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청와대에 가기전 밝기만 했던 얼굴표정도 비교적굳어 있었다.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전날 『쌓였던 오해도 풀렸다』며 유쾌한 분위기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민련측은 이날 오전까지 『DJ의 회담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야당 총재가 일방적으로 대통령 말만듣고 나왔다』는 주장이었다.그래서 『우리 총재는 많은 얘기를 하게될것』이라며 기대에 부풀었다.그러나 정작 「 청와대의 JP」는 별로 「할말」을 못한것 같다.그렇다고 새로운 얘기를 들은것도 없다.
대화내용 자체가 전날 국민회의 金총재와 나눈 얘기에서 별 진전이 없다.과거 대통령이 야당총재들과 개별적으로 만날 때면 각각에게 뭔가 「선물」을 줬던 관례에 비춰 볼때 이례적이다.회담전 신한국당과의 사안별 협조가능성을 시사한 金총재 만 머쓱해졌다.그래서 당일각에선 『YS가 DJ는 인정해 주면서 우리쪽에 대해서는 또다른 복선을 깔고 있는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가뜩이나 자민련 당선자를 신한국당이 빼내가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회담에서 JP가 자신의 뜻을 강력히 표시한 대목은 선거부정 수사 문제다.金총재는 여당의 불법 사례들을 들고가 金대통령에게 제시하며 항의했다.이에대한 대통령의 대답은 『그런것 없다』였다.金총재가 제시한 자료에 대해서도 『아 그 런게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는 정도였다.
金대통령은 심지어 『金총재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는 모습을보이는데 노고를 아끼지 말아달라』고 했다.마치 대통령이 집권당대표와 주례회동을 하며 하는 당부같다.金총재는 내각제 부분에 대해 『지금 당장 하자는건 아니고 명실상부한 의회민주주의가 되게 노력해 주셔야 한다』는 선에서 입장을 개진했다.金총재는 회담을 마치고 『국민회의 金총재와도 곧 만나겠다』고 말했다.자칫하다간 자민련만 고립되는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수 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JP다.그는 이날의 회동결과를 곱씹으며 제3당으로서의 캐스팅보트를 최대한 활용할 묘책을 짜내려할 것이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