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총리는 쇠고기특위 출석 요구에 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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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무총리가 출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가 공전하고 있다. 총리는 지난 7일 특위에 불참했다. 사전 통보가 없었기에 기다리던 특위가 뒤늦게 이를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었고, 소란 끝에 회의는 11일로 연기됐다. 총리는 11일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다.

총리실은 ‘관례’를 이유로 들고 있다. 총리가 본회의와 예결특위 외에는 출석하지 않아왔다고 한다. 관례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상임위처럼 소관부처가 있는 회의의 경우 해당 장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쇠고기 특위의 경우 ‘관례’를 내세워 불참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본적으로 총리의 국회 출석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국무총리는 국회나 위원회에 출석해 국정처리상황을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62조 1항), ‘국회나 위원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국무총리는 출석·답변하여야 하며…’(62조 2항)라는 내용이다. 총리는 ‘행정부를 통할’(86조)하기에 행정부 대표로 입법부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더욱이 쇠고기 특위는 정국을 뒤흔들었던 국민적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정조사다. 특정 부처에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총리는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한 당사자다. 불참한 과정도 문제다. 여야가 예우 차원에서 증인·참고인이 아니라 그냥 ‘보고 자리에 참석해 답변하라’는 선에서 합의하고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불참했다. 오죽했으면 여당 출신 위원장조차 “(국회를 무시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단히 공감한다”고 말했겠는가.

최근 정부 여당이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는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청와대가 인사청문회 없이 장관을 임명했지만 그 과정은 ‘법’에 맞았다. 그래서 우리는 청와대를 힐책하는 대신 법에 보장된 청문회 기간을 허송한 국회에 책임을 물었다. 당시 야당은 법 대신 ‘관례’를 앞세웠다.

쇠고기 특위 역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 총리가 출석하는 것이 맞다. 정부는 ‘법과 원칙’이란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관례란 이름으로 법을 무시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