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김대중 국민회의총재 5년만의 회동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의 5년만의대좌는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의 평가처럼 대화정치로의 진입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청와대측은 18일 회동이 있기전부터 『이번 총선까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金대통령이 표적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金총재측의 자세변화를 은근히 촉구했다.
한 핵심측근은 『金대통령이 金총재에게 기회를 준 것이니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金총재에게 달렸다』면서 국정과 정국운영에 있어서 金총재의 협조를 기대하기도 했다.
金총재도 회담직후 당으로 돌아가 『대화도중에는 가끔씩 옛날 어투로 돌아가기도 했다』며 40년 민주화투쟁 동지임을 상기시키면서 『서로 하고싶은 얘기를 많이 했고 오해도 많이 풀었다』고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측의 분위기로 미뤄 이날의 만남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문제에 대해 金대통령과 金총재가 「초당적(超黨的)인협력」을 합의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金대통령은 선거이후 남북.통일문제 등에 주력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얻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고위관계자의 전언이다. 金총재로서도 대북(對北)문제에 관한한 「색깔론」시비에서 떠나고 싶어했기 때문에 이런 합의는 쉽게 도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앞으로 대북문제에 있어 초당적 협조를 약속받은 상태에서 자신있는 정책을 펼칠 기반을 조성했다.
정치현안에 들어가서는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金대통령은 『상당수 당선자가 의원직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적지 않은 파장을 정치권에 미칠 것으로 보이는 발언이다.물론여야가 고루 포함되겠지만 야권은 얼어붙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여소야대문제와 대통령의 당적이탈문제,대선자금 시비 등에 대해서도 다른 입장을 보였다.金총재가 무소속 영입등을 통한 여소야대 탈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자 金대통령은 『나는 여소야대로 보지 않는다』고 정국관의 차이를 분명히 했 다.무소속 영입이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다며 계속 추진할 의사도 나타냈다.대통령의 당적이탈 요구에 대해서도 金대통령은 『끝까지 당적을 보유하겠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대선자금문제는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과 측근들이 나에게 무엇을 주었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음으로써 부인했다.
그러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회담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金총재는 돌아가면서 『金대통령이 마음의 문을 열어줘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날 회담에서 金총재는 金대통령의 의중을,金대통령은 金총재의언중유골을 읽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배석자가 없어 더 깊은 얘기가 오갔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발표이상의 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김두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