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방 가는 기분으로 책가방 없이 등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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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늘 숙제는 파릇파릇 돋아난 쑥 캐기예요.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16일 오후3시쯤 부산시강서구대저2동 김해평야에 자리한 배영초등학교 5학년2반 교실.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자 『와』하는 어린이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마음은 이미 들판으로 나가서일까.이 학교는 전교생이 10학급 2백88명에 불과한 외딴학교. 그러나 이 학교 어린이들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간다.수업이나 숙제가 매일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교실은 아기자기한 유치원 놀이방 같다.모노륨을 깐 마루에 교실과 골마루 곳곳에는 놀이시설.수업자료.참고서.사전등 각종 자료코너가 마련돼 있다.책가방과 도시락은 아예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교실에 개인용 교과서 꽂이와 사물함이 있기 때문이다.학교급식으로 따뜻한 점심을 먹는다.수업도 적성.능력에 맞는 개별학습과 자율학습으로 이뤄진다.선생님은 그저 보조자 역할에 그치고시시콜콜 가르쳐 주지 않는다.어린이들끼리 조별로 토론도 하고 숙제와 실험도 한다.대학의 「스터디 그룹」과 비슷하다.
5학년2반 김경혜(12)양은 『우리들이 힘을 모아 사전이나 자료집 등을 찾으며 공부하니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친구들과 더 친하게 돼 좋다』고 말했다.수업이 끝나면 학생들끼리 남아 숙제나 바둑.컴퓨터.동화읽기등 각자 취미에 맞 는 코너활동을 한다.유치원의 종일반 같다.그래서 집으로 숙제를 들고 가는일은 극히 드물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도 거의 없다.배영초등학교3학년1반 담임 조현식(曺鉉植.49)교사는 『우선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열등의식이 줄어 들었다』며 『탐구심.발표력.사고력.자율적 공부습성이 크게 향상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효과』라고 말했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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