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마을>12.강릉시 부연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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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부연동(釜淵洞.강릉시연곡면삼산3리)에 가기 위해서는 전후치(前後峙)라는 아슬아슬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전후치는 고개를 올라가는 길이나 내려가는 길,앞뒤가 모두 험하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차 한대가 겨우 빠져나갈 수 있는 비포장도로는 꺾어지는 각도가 무척이나 가파르다.땅이 얼어있는 겨울철에는 위험하기 그지없다.전후치를 처음 넘는 사람들은 진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그래서 부연동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마을 사람들은 먼 저 교통편부터 묻는다.지프라고 말하면 비로소 들어오라고 한다.
겨울철에 부연동 마을사람들 3분의1 가량이 외지에 나가 지내는 것도 이유가 있다.전후치 때문에 겨울이면 움직이기 어려우니자식집이나 친척집에 가서 지내고 봄에 들어오는 것이다.
일단 부연동에 들어가면 아늑하고 널찍하다.가구당 보유한 전답이 수천평에서 수만평에 이를 정도로 넓은 분지다.부연동(가마솥)이란 이름은 마을이 생긴 모양을 두고 붙인 것이다.
사방이 8백이상 되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부연동은 지형 덕분에 전국에서 알아주는 토종꿀 산지가 됐다.
토박이 백남혁(62)씨는 『사방이 막혀 있어 양벌의 공격에서피할 수 있고 깊은 산에 있는 좋은 나무와 꽃에서 꿀이 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부연동 토종꿀은 93년 농협중앙회로부터 전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았다.부연동에서 나는 토종꿀은 색깔이 하얀 백청(白淸)이다. 토종꿀은 꽃에 따라 색깔이 달리 나오는데 소나무나 밤나무꽃이 많이 들어가면 붉고 누르스름한 빛이 나는 황청(黃淸)이 되고,그게 아니면 백청이 된다.소나무.밤나무가 거의 없는 부연동은 그래서 백청만이 난다.
부연동 주위 산에 있는 피나무.엄나무.북나무 등 온갖 나무의꽃이 꿀로 변한다.
겨울을 지낸 벌들은 한식(4월5일)을 전후해 활동을 시작한다.부연동 사람들도 이때 가장 바쁘다.봄.여름을 거치면서 조금씩모인 꿀은 추분(9월23일)을 지나 수확한다.
보통 꿀통 하나에 4되(1되=약 2.4㎏)정도의 꿀이 나온다.그러나 다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다.벌들의 겨우내 먹이로 한되반에서 두되는 남겨둬야 한다.또 토종꿀은 꽃철에 따라 꿀을 여러번 따는 양봉과 달리 1년에 한번밖에 꿀을 수 확하지 못한다. 토종꿀이 비싼 이유는 바로 이 「고품질 소량생산」에 있다. 이 마을 23가구(70명)는 모두 많든 적든 토종꿀을 친다.이들중 최고의 벌꾼은 「벌박사」란 별명이 붙은 김영철(47)씨다.金씨가 가진 벌통은 1천여개가 넘는다.원래 여러 지방에서토종꿀을 쳤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10여년전 부연동으로 옮겨왔다.그래도 부연동과는 「궁합」이 맞는지 내내 웃는 모습이다.金씨는 벌에 관한한 해박한 지식으로 마을주민들이 벌을 칠때 생기는 문제들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도 하고 있다.
부연동은 지난해 1천5백여통의 벌통에서 8분량의 꿀을 생산,4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이곳 토종꿀은 연곡농협을 통해 전국에판매된다.서울에도 사무소(927-5862)가 있다.가격은 한되에 11만4천원.이장댁((0391)661-437 5).
글=하지윤.사진=임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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