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산마을><산사람>뱀잡이 최원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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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부연동 주변 산에는 벌 못지않게 뱀이 많다.
부연동 사람들은 산에 들어갈 때 나무로 만든 뱀집게를 갖고 나간다.뱀이 눈에 띄면 잡기 위해서다.
뱀이 돈으로 바뀌어진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부연동 사람들은 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이면 남녀노소 할것 없이 모두 「땅꾼」이 된다.
최원규(64.사진)씨는 부연동에서 알아주는 뱀잡이다.40여년가까이 뱀을 잡았다.실력이 웬만한 땅꾼에 떨어지지 않는다.
『진짜 땅꾼한테는 독사가 피한다더군.난 그 정도는 아니고,독사가 아닌 보통뱀 정도는 손으로 낚아채지.』 崔씨의 원래 고향은 홍천군내면이다.고향땅이 하도 척박한 오지(奧地)라 부연동으로 옮겼는데 이제는 부연동이 더 오지가 됐다며 씁쓸하게 웃었다.부연동에서 많이 잡히는 뱀은 구렁이.살모사.독사다.구렁이는 4~5년생이면 제법 값이 나가는 데 1㎏에 쌀 두가마 값은 족히 받아낼 수 있다고 한다.특히 구렁이 중에서도 검은 바탕에 흰줄이 있는 「찔백질」은 값이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백사(白蛇)는 잡아보지 못했어.부연동에서 잡았다는 얘기도 들어보지 못했어.어떻든 뱀덕분에 8남매를 키우고 결혼시키는데 도움이 됐어.나한테야 뱀이 고맙지.』 잡은 뱀은 뱀통이나 단지에 모아 두는데 한번씩 부연동에 들르는 뱀장사들이나 뱀탕업자들이 사간다.
『많이 잡아 씨가 말랐는지 이상하게 요즘은 뱀이 없어.뱀을 수입한다는 얘기도 있더군.』 崔씨는 『허참,뱀까지 수입하다니』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내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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