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선진화 이룩하자-막판의 本色을 바로 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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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막판의 선거분위기가 급격히 저질.혼탁으로가고 있다.항상 그랬듯이 투표일 하루 이틀전이 가장 위험한 때인데,올해도 다급해진 후보들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막판 득표작전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선 두드러진 현상이 각종 폭로작전이다.8일 하루 4개 정당이 저마다 한건씩 폭로했고,그 내용 또한 어마어마 하다.3백억원 비자금 은닉설(說),JP아들의 5억달러 투자설,감사중단압력에 관한 양심선언,40억원 부동산은닉설…등이 쏟아 져 나왔다.
우리는 물론 이런 폭로의 사실여부에 관해 알 입장이 아니지만 각당이 이런 사실을 왜 하필 꼭 이런 시기에 발표하는지 그것만은 묻고 싶다.폭로내용의 사실여부는 당국의 조사를 통해 의혹의여지없이 규명돼야겠지만 아울러 사실이 아닐 경우 근거없는 폭로에 대한 책임추궁도 선거후까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또 한가지 개탄할 현상은 「말」의 급격한 저질화다.선거기간의마지막 일요일에 벌어진 전국 곳곳의 유세에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공인(公人)의 입으로 차마 못할 상소리.욕설.비속어가 무더기로 쏟아졌다.「놈」소리가 예사로 나오고,「주 둥아리」니 「호로자식」이니 하는 차마 옮기기도 거북한 소리들이 난무했다.스스로 의원이 될 자질이 없음을 드러내는 꼴이었다.
원래 사람의 밑천은 급할 때 나타난다고 한다.평소에는 점잖고인격자인 체 하는 사람도 다급해지면 자기도 모르게 비천하고 상스런 본색을 드러내기 쉽다.유권자들도 이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지금껏 후보선택을 망설였거나 내심 결심했던 사람도 막판의후보언동을 관찰하면 귀중한 참고자료를 발견할 가능성이 많다.말이 거칠어지고 야비해지는 후보,갑자기 뭔가 터뜨리는 후보,「돈냄새」가 느껴지는 후보…등은 일단 불합격자로 의심해볼만한 대상이다.유권자들은 막판에 나타나기 쉬운 후보들의 「본색」을 유심히 살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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