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빛 보는 사르코지의 ‘소신 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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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프랑스에서 설마 가능하겠느냐고 하던 일들이 점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식 고비용·저효율의 상징인 주 35시간 근로제가 폐지된 뒤 그자비에 베르트랑 노동장관이 던진 말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이 이미 프랑스를 상당 부분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현지 언론은 사르코지가 최근 40%대 지지율을 회복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개혁의 성과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헌법 개정이 결정적이었다. 사르코지가 ‘개혁의 종착역’ 이라고 표현한 대로 이번 헌법 개정안은 정부 개혁의 당위성과 명분을 키우는 데 큰 힘이 됐다. 연금개혁·교육개혁·사법개혁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개혁도 이미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외교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다. 지중해 연합이 대표적이다. 유럽 내 라이벌 국가들의 견제 속에서도 그는 지난달 지중해연합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잃어버린 영향력을 되찾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개혁에 관한 한 사르코지의 취임 1년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약속했던 개혁이 일정에 따라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프랑스의 고질병이었던 파업과 정면 승부를 폈다. 이후 기회만 있으면 파업 카드를 꺼내 들던 노동단체도 함부로 파업을 입에 올리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

‘개혁=반(反)민주’라고 외쳐대던 야당 내에서도 개혁에 대한 선수를 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불과 1년 만에 크게 달라진 사회 분위기다. 일하는 대통령을 원했던 사르코지의 지지층은 뭔가 끊임없이 밀어붙이고 만들어내는 사르코지를 중심으로 재결집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자 프랑스 언론은 ‘한국 국민은 경제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사르코지와 이 대통령을 비교했다. 양국 국민이 ‘불도저식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지금 결과는 상당히 다르다. 사르코지는 사생활 문제를 지나치게 노출시켜 잡음을 일으켰지만, 그래도 ‘나라 안팎에서 일 많이 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다. 소신껏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뜨는 지지율의 배경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인기가 떨어지자 반대파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 카드는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 역시 왜 국민이 뽑아줬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전진배 파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