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의문화 바꿔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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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너무 너그럽고 무대책이다.특히 주검의 집인 무덤에 대해선 지나치게 너그러워 양지바른 곳이면 주검의 집이 널려 있다.이러다보니 산천이 무덤으로 잠식돼 이대로 10년만 지나면 그나마 좁은 묘지마저 쓸 땅이 없어질 위기를 맞고 있다.한해 여의도 만한 땅이 묘지로 바뀌고 이미 서울시 전체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국토가 묘지화되었다.나 하나는 어떻게되겠지 하는 무대책으로 살 것이 아니라 내 사후 묘지를 어떻게해야 할지 우리 모두가 현실의 문 제로 생각할 때다.
가장 중요한 대안은 매장 아닌 화장으로 장의문화를 스스로 바꾸겠다는 의식의 전환이다.한 설문조사에선 주민 71%가 화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하면서도 본인의 사후 화장 희망은 11%에 불과하다.이는 전통적 관습 탓인 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한 본인의 이성적 대처가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죽음을 현실의 내 문제로 생각해보자.묘지가 영혼의 안식처라면서 왜 곧 썩을 육체를 매장해야 할까.후손이 조상을 찾고 기리는 곳이 묘지여야 할 터인데 갈 수도 없는 곳에 아무리 호화묘지를 만들어 본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실제로 전국 의 묘소중 셋중 하나가 아무도 찾지 않는 무연고 묘다.묻을 곳이 없고 찾아 갈 수도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영혼을 가까운 곳에 모실 수있는 화장과 납골당안치가 더 현실적인 장의문화가 아닐까.이를 살아 있는 동안 유족에게 확인시키는 일이 죽음에 대처하는 적극적 현실 대응이다.
그밖의 대안이 점진적으로 제도와 법을 바꾸는 일이다.묘지면적을 현행 24평에서 6평이내로 줄이고 묘지사용기간도 60년이내로 줄여야 한다.묘지 센서스를 실시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묘역별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공원 묘지의 화장.납골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죽음의 의식은 전통적이기도 하지만 그 전통 또한 현실의 법과 제도에 따라 변천되어온 것이다.현실에 맞는 죽음의 의식을 내 스스로 창출하겠다는 의식이 확산돼야 장의문화도 바꿀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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