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가짜달러 어떻게 꼬리잡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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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가 최근 다시 국제문제로 부각된 것은 지난달 캄보디아에서 국제적인 위폐범 용의자의 신분을 숨기고 베트남쪽으로 국경을 통과하려던 북한대사관 직원이 검문에 걸리면서부터다. ◇발단=우리 정부는 물론 태국.캄보디아.미국.일본이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위조달러 사건은 역설적으로 캄보디아주재 북한대사관 직원의 「지나친 조심성」때문에 발각됐다.지난달24일 오전9시30분 캄보디아 동남쪽 베트남과의 국 경지대 검문소에 한대의 벤츠 승용차가 도착했다.북한대사관 소속의 이 승용차에 탄 4명은 캄보디아측 경비원에게 4개의 외교관 여권을 내밀었다.경비원이 여권을 살피며 예상외로 시간을 끌자 의심받는것으로 오해한 북한인들은 1만달러를 뇌 물로 건네려 했다.경비원들은 도리어 거액의 뇌물에 의심을 품고 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차안에서 3만6천달러(약2천8백만원)가 발견됐고 일행중한명은 태국 경찰이 자국내 휴양지 파타야 일대에 위조달러를 유통시킨 용의자로 수배중이던 다나카 요시미(田中義三.47)임이 드러났다.「김일수」라는 이름의 외교관 여권을 갖 고 있던 다나카는 70년 일본항공기(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넘어간 범인중 한명임도 아울러 밝혀졌다.다만 3만6천달러는 진품으로 판명됐다. ◇수사=캄보디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다나카가 요도호 납치범이라든가 위조달러 용의자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사업가로만 알고 호의로 국경까지 데려다 준 것』이라고 발뺌하고 나섰다.태국 경찰로 압송된 다나카는 지문감식으로 신분이 확인됐는 데도 여전히 「김일수」라며 묵비권을 행사중이다.
미국은 즉각 재무부의 위폐 전문수사관을 태국으로 보냈고,일본도 관계자를 파견했다.태국정부는 협의 끝에 국내 사법처리가 마무리되는대로 다나카를 일본에 보내기로 동의했다.다나카가 유통시킨 위조달러는 은선(隱線)이 인쇄돼 있을 정도로 정교한 「슈퍼-K」로 알려졌다.
북한과 절친하던 캄보디아는 이 사건으로 당혹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차제에 캄보디아가 한국과 수교 교섭을 서두를 것이라는분석도 있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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