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만에 남편 홍옥근씨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지난달 24일 공항으로 향하는 레나테 홍 할머니의 표정은 긴장과 흥분으로 들떠 있었다. 두 아들 페터 현철과 우베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날까지 이들은 과연 북한행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며 불안에 떨었다. 출국 전날까지 북한행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일 외무부의 적극 주선으로 북한 적십자사가 제안했던 당초 7일간의 체류 허가 대신 5일짜리 비자를 간신히 받아들었다.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은 레나테 할머니 일가족이 자국기인 고려항공 대신 중국민항을 이용하는 것도 못마땅해하는 등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드디어 북한행이 실현됐다. 비행기를 타게 된 소감은.
“아주 행복하고 기쁘다. 오늘은 내 꿈이 이뤄지는 날이다. 이제 드디어 내 사연의 마지막 단원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 주변 분들이 모두가 자기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 행운을 빌어줘서 일이 잘 풀릴 것 같다.”(레나테 홍 )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어떤가.
“태어난 이후 전혀 만나 보지 못하던 아빠를 만나러 가게 되니 기분이 매우 이상하다. 아빠가 어떤 모습일지 전혀 상상이 안 간다. 아주 흥분된다.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큰아들 페터)
-이번 상봉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아버지를 만나면 어떤 말을 건넬 것인가.
“전혀 말을 못 할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는 북받치는 감정 때문에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겠다. 아마도 자연스럽게 무슨 말이든지 나오겠지.”(페터)
예나(독일)=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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