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선진화 이룩하자-일당청중이 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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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말에 있은 4.11총선의 첫 합동연설회에서는 우리 선거의 오랜 고질인 청중동원의 문제가 다시 한번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박수부대」라 불리는 조직적인 청중동원현상이 전국 곳곳의 합동연설회에서 거의 예외없이 나타났다.후보가 연설을 하는 동안 조직적으로 박수와 연호(連呼)와 지지함성을 보내고는 자기후보의 연설만 끝나면 썰물처럼 연설장을 떠나는 것이 박수부대의역할이다.후보들은 기세돋우기용,또는 이른바 세(勢)몰이의 필요성때문에 박수부대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할지 모르나 그 뒤에는 많은 부작용과 폐단이 깔려있음을 누구나 안다.
가장 큰 문제는 박수부대가 대부분 돈을 받고 동원되는 일당(日當)청중이라는 점에서 당연히 선거법위반이라는 점이다.불법선거운동이 공공연히 조직되고,여기에 보통사람들이 별로 죄의식도 없이 전국적으로 수천 수만명씩 가담하는 현실이 언제 까지 방치돼야 할까.
또 박수부대는 선거분위기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친다.차분한마음으로 연설을 듣고 후보를 비교해 보려는 일반청중에게 이들은방해꾼일 뿐이다.다른 후보가 연설하는 동안 이들은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불필요한 언동을 하기 일쑤고,자기후보 의 연설만 끝나면 몰려나가느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박수부대가 선거낭비의 큰 원인이라는 점에서도 문제다.지역마다다르지만 보통 일당이 3만~5만원이라고 하니까 1백명이면 그것만 해도 수백만원이다.심한 경우 1천명씩 동원한다는데 그렇다면합동연설회 한번에 수천만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법정선거비용을사실상 우습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많은 업체에서 선거철이면 인력난이 더 심해진다고 하는데 이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청중동원에도 그 까닭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박수부대는 후보들 자신에게도 별 도움이 못될 것 같다.오히려 그들의 존재와 언동이 일반청중의 반감을 사는 역작용이 클 것 같다.선거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박수부대는 조직하지도 말고,누구라도 일당청중이 되지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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