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BOOK] “이건 비밀인데 … 난 지구인이 아니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난 외계인이야!
김진완 지음, 박찬우 그림
미래아이, 35쪽, 9000원, 유아∼초등 저학년

 누구에게나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은 존재한다. 엄마가 전하는 그 애는 이렇다. 시험만 보면 100점이요, 가리는 음식이 없고, 운동도 선수급인데가 친구도 많단다.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엄친딸’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형편없는 아이인가 말이다.

하지만 주인공 환기는 씩씩하다. 절대 주눅들지 않는다. 대신 속으로 외친다. “비밀인데…난 외계인이야”라고. 지구인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한 것뿐이다. 중력에 익숙하지 않아 축구에 서툴고, 지구 음식이 별로라서 김치가 안내키는 거다.

어느 날 섬 여행을 떠난 환기는 바다에서 돌고래의 외침을 듣는다. 돌고래는 우리별 친구들과 교신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삐리 삐리리~ 꼰짜르찌노 대원은 들어라.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빙하가 녹아 내리고 있다. 대원은 최선을 다해 지구 온난화를 막아라!”

환기의 ‘지구 식히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일단 지구 생명체들의 불만을 들어본다. 강아지는 자동차 매연으로 머리가 아프단다. 외삼촌네 목장의 풀잎들은 농약 냄새가 고역이고, 벌들은 휴대폰 전자파에 길을 잃는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환기는 지구가 찜통이 되는 원인을 찾는다.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보고서다. 세계의 소들이 쉴 새 없이 뀌어대는 방귀 탓에 지구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구인이 못 만든 ‘방귀가 안 나오는 사료’를 만들면 된다. 외계인 환기의 활약상이 지금부터 펼쳐진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흐뭇해지는 책이다. 스스로를 외계인이라고 믿는 주인공이 엉뚱하지만 사랑스럽다. 학업·식습관·따돌림 등 ‘아이들만의 스트레스’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여기에 아이가 직접 쓴 듯한 글씨체와 색감 풍부한 그림도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이도은 기자

▶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 섹션 '레인보우' 홈 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