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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수업 質 높이는 게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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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즈음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포함돼 있는 중학교 보충수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근본적으로는 학교의 교수.학습이 질 높게 이뤄진다면 굳이 궁색한 보충수업이나 과외수업을 억제하는 교육시책이 줄어들 수 있다.

중학교의 경우 제7차 교육과정이 2001년 1학년, 2002년 2학년, 2003년 3학년 순으로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 교육과정의 시간 배당 기준을 보면 중학교 전학년의 연간 수업시간 수는 40분 단위로 각각 1156시간씩, 재량 활동은 각 학년 공히 136시간씩, 특별활동은 68시간씩 각각 배당하고 있다. 연간 1100여시간 이상 실시하는 수업에서 개개인의 학습이 잘되는 수업원리가 적용되고 확산된다면 수업의 질은 향상될 수 있다는 경험적 추리가 가능하다.

학습자 개개인의 학습이 잘되는 수업원리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정리해 봄으로써 보충수업의 필요성을 분별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교수.학습의 원리는 기본적 원리와 교수목표 영역별 원리로 분류할 수 있다. 기본적 원리라고 알려져 있는 것 중에서 학습을 잘되게 하는 기본적 원리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자발성(또는 주체성)의 원리다. 학습자의 자발성 또는 능동적인 활동의 기회를 유도.조성해 주는 수업이 효과적이라는 원리다. 종래 수업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해설식 일변도의 수업에서는 학습자의 자발적.능동적 학습활동이 진행될 수 없었다. 그러므로 정규시간 내의 수업에서 이 원리를 적용한 수업기술이 확산되면 학습은 잘된다.

바꿔 말해 보면, 보충수업 시간을 늘려 실시해도 자발성 동기가 낮은 상태에서의 수업진행이라면 학습성취는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주목할 현상은 정규수업이나 보충수업의 형태나 방식이 유사해서는 학습 성취를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학습욕구(또는 학습동기)가 충만돼야 한다. 학습목적은 일정하진 않겠으나 그 목적과 동기의 수준에 따라 학습의 성취도에 크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학습동기를 부여해주는 교사의 수업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개별화(個別化)의 원리다. 학생 각자의 개인 차이에 상응하는 수업을 실시해야 한다. 학급을 편성하면서 개인의 능력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수업은 소집단 학습, 소인 대면 학습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결국 수업은 학습성취도가 높도록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란이 일고 있는 보충수업의 찬반 문제는 연구학교를 선정해 현장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강병원 의식개혁시민연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