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死因,한점 위혹도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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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大選)자금공개및 등록금인상철회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대학생이 숨진 것은 사망원인이 무엇이든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시위중 대학생이 숨지는 일도 권위주의시대의 종식과 더불어 끝났다고 여겼던 것인데 또다시 똑같은 일을 겪게 되니 착잡하기 짝이 없다.
연세대 노수석(魯秀碩)군의 사망원인은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다.경찰의 과잉진압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최루탄가스에 의한 질식사 또는 쇼크사의 의견이 나오는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이번 사건의 수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망원 인을 정확히가려내는 것이다.이번 사건에는 목격자도 많기 때문에 시위진압상황이나 사망경위를 밝혀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염려되는 것은 혹시라도 경찰이 당시 상황을 얼버무리려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이렇게 되 면 이번 사건은 일파만파의파장을 일으킬 것이다.진실규명만이 최선의 수습책이다.가능한 많은 증언을 청취해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해냄으로써 의문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부검(剖檢)에서도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선 안된다.유족이 원한다면 유족측이 추천하는 의사 등을 부검에 참여시키는 것이 의혹이나 뒷말을 남기지 않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지난날 경찰의 고문이나 과잉진압에 의해 숨진 학 생의 사망원인을 은폐하거나 왜곡함으로 해서 크나큰 정치적 파문이 일었던 것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사망원인이 무엇으로 판명나든간에 유감스러운 것은 과격시위와 과잉진압이라는 권위주의시대의 악순환이 되살아났다는 점이다.과연학생들은 거리시위에 나설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는가.경찰로서는 그런 진압밖에 방법이 없었던 것인가.
대학당국이나 교육부도 반성해야 한다.등록금을 일방적으로 대폭올린 것이 시위의 빌미가 됐다.그러고도 아무런 수습책도 제시하지 않았다.이번 사건에는 대학당국과 교육부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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