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아슬아슬한 표차, 드러난 교육관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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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당선됐다고는 하지만 전교조를 업고 나온 주경복 후보와 겨우 2만2000여표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민들은 주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다. 표의 분포상 ‘강남 대 비강남’의 구도가 확실히 드러났다. 막연하게 여겨지던 강남과 강북 주민들의 교육관 대립 양상이 투표 결과로 확인된 것이다. 물론 투표율이 15.5%밖에 되지 않고, 쇠고기 촛불시위, 여야의 대결구도 등 교육외적인 요소가 작용한 점은 있지만 서울시민의 교육관 차이가 뚜렷하게 둘로 갈라졌다.

공 교육감은 “학생들을 경쟁시키고, 학교선택제와 평준화 보완책 등의 공약을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교육에서 이런 식의 경쟁체제 도입은 불가피하다. 평등교육으로는 교육경쟁력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는 이러한 경쟁체제의 도입만으로는 시민들의 또 다른 방향의 교육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투표자들은 경쟁체제가 갖는 모순을 걱정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수월성과 경쟁을 강조하다 보면 사교육 조장, 가진 자에게 유리한 점, 개성과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점 등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초·중·고 시절의 수월성은 본인의 실력보다 가정환경 등에 의해 판가름 날 소지가 높다. 즉 소득계층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 교육이 사회계층 간 이동성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경쟁추구의 부정적 결과로 소외계층의 대물림 현상이 나타날 소지도 높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을 치유할 별도의 대책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들의 요구다. 무엇보다 먼저 질 높은 공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과외를 받지 않더라도 학교 교육만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교육에 대한 투자의 확대, 교사들에 대한 평가제 도입 등 공교육이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