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베니건스 문닫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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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유명 식당 체인 베니건스가 쓰러졌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메트로미디어 레스토랑 그룹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베니건스는 자산을 팔아 빚을 갚은 뒤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회사 측은 베니건스 직영점 150여 곳의 문을 닫았다. WSJ는 “갑자기 결정되다 보니 테이블에 식기와 케첩을 그대로 둔 채 문을 닫은 점포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가맹점은 영업을 계속한다. 가맹점은 회사 재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니건스가맹점주협회장인 래리 브리스키는 “오늘도, 내일도, 1년 뒤에도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베니건스를 운영하는 오리온그룹 계열사 롸이즈온도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베니건스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1976년 애틀랜타에서 처음 문을 연 베니건스는 90년대 미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최근까지 32개 주에서 300여 개 매장을 운영했다. 지난해 5억4200만 달러(약 54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베니건스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은 경쟁은 심해지는데 손님은 줄었기 때문이다. WSJ는 “경기 둔화와 고유가 영향으로 사람들이 외식을 줄이거나 좀 더 싼 패스트푸드점을 찾게 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베니건스는=한국 베니건스 측은 당분간 상호를 계속 쓴다는 입장이다. 운영사인 롸이즈온은 “처음부터 오리온그룹이 100% 투자해 독자 경영했고, 그간 메뉴 개발 등도 자체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직영점을 제외한 해외 베니건스 매장은 ‘베니건스 프랜차이즈 그룹’으로 재편돼 종전과 변함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베니건스는 1995년 11월 1호점을 연 뒤 현재 3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별도의 ‘베니건스&마켓오’ 복합 매장도 6개가 있다. 베니건스는 국내 진출 초기엔 업계 선두였지만 매장 수에서 최근 아웃백스테이크·빕스·TGIF에 밀렸다.

롸이즈온의 지난해 매출은 924억원(영업손실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감소했지만 미국을 제외한 해외 베니건스 운영사 중에선 매출 1위다. 이 회사를 공동 경영하는 이화경 사장은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의 부인이자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전 회장의 차녀다.

김선하·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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