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1세기를 준비하는 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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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오늘 4.11총선실시가 공고되면서 16일간의 공식적인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지금까지도 치열한 선거운동이 벌어졌지만 이는 정당활동 등의 각종 구실을 앞세운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었을 뿐 법이 허용하는 선거운동은 이제부터다.
역대 어느 선거라도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없었지만 4.11총선은 깊이 생각하면 할수록 중대한 성격을 지닌다.
우선 이번 총선은 한마디로 21세기를 준비하는 선거다.1996년5월30일~2000년5월29일이란 15대의원의 임기에서 보듯 이번 선거는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준비하는 정치주역들을 뽑는 선거다.이 기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경제적으로는 물론,정치.사회적으로도 선진국 진입과 정상적인 선진민주주의 궤도(軌道)위에 올라서야 할기간이다.
출마자들이나 유권자는 다같이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출마자들은 이런 중요한 사명에 헌신할 각오와 스스로의 능력유무(有無)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고,유권자들은 누가 이런 중요 사명을 감당할 인물인지 생각해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총선은 우리 정치의 새로운 골격과 수준을 결정하는 선거다.보스와 지역에 얽매인 낡은 정치는 이제 막바지 한계에 왔다.이번 각 정당의 공천이 지역과 보스정치의 마지막 작품이 돼야 할 것이다.이번 선거로 구성될 15대 국회는 낡은 정치를 벗어나 새정치를 선보이는 국회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끝으로 이번 총선은 마침내 이 나라에서 공명선거를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선거판의 금권.관권과 혼탁.과열이 결코 재연돼서는 안되는 선거다.이미 4.11선거판에 상당한 얼룩이 진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 16일간 후보와 정당과 유 권자가 하기에 따라 공명선거는 될 수 있고 또 반드시 되게 해야 한다.이번 총선을 시작으로 다시는 이 땅에서 선거의 공명문제가 걱정거리가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4.11총선의 이런 막중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유권자.정당.후보 모 두 각자의 입장에서 좀더 엄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선거에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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