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특위, 관계기관 보고 연기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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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행을 거듭해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29일에도 청문회 증인을 채택하지 못했다. MBC ‘PD수첩’ 제작팀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의견 차를 한 걸음도 좁히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30일로 예정됐던 관계 기관 보고가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특위 위원들이 “청문회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관 보고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다. 최종 연기 여부는 30일 오전 특위 전체회의에서 결정되지만, 한나라당 일부 위원도 이미 연기에 동감한 상태다.

또 당초 다음달 4일에 열려던 1차 청문회도 최소 이틀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국회법에 따라 늦어도 5일(휴일 제외) 전까지는 증인에게 출석 요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다음달 7일 열기로 합의했던 2차 청문회 개최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증인 출석 요구 시한인 31일 전에 PD수첩 문제의 가닥이 잡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다음달 8일 베이징 올림픽이 개막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2차 청문회까지 하루만 밀리면 ‘쇠고기 국조’는 결국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다. 특위 일각에서 “아예 올림픽 뒤로 국조를 늦추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국회를 열어 다음달 20일까지인 국조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PD수첩 제작팀 중 적어도 조능희 책임프로듀서와 정지민 번역가는 출석시켜야 한다”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계속 “아예 ‘언론 탄압 청문회’를 열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부르자”고 맞불을 놨다.

이날 오전 10시 소집된 특위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이런 취지로 언성만 높였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민주당은 ‘PD수첩 팀이 전문가도 아닌데 왜 청문회에 부르느냐’고 하는데, 공영방송인 MBC에서 전문적 검증도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한 것은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국민 인식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로 PD수첩 팀을 조사하려면 다른 언론들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되받았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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