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렵 기승으로 시베리아 호랑이 멸종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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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동부 시베리아 호랑이가 밀렵 때문에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동부 시베리아 호랑이가 92~94년 겨울에 1백50여마리나 밀렵꾼의 총. 덫에 의해 죽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요즘엔 호랑이 보호지역 포그라니츠니이에서조차 호랑이를 찾아 보기 힘들고 대신 늑대가 득실거린다고 한다.「호랑이없는 곳에 늑대가 왕」이 된 셈이다.
현재 남아있는 호랑이는 겨우 2백50~3백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시베리아인들은 10여년 전부터 수렵 금지 조치를 무시하고호랑이를 닥치는 대로 잡기 시작했다.달리 돈벌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호랑이의 상품 가치가 매우 높았기 때문.
밀렵꾼들은 현지에서 호랑이 한 마리의 가죽을 중고 일제 차 한대 값에 중개상들에게 넘긴다.이 가죽은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옮겨져 중고차 두대 값에 주로 일본인에게 팔린다.일본에서는 새차 다섯 대와 맞먹는 가격에 거래된다고 한다.
호랑이를 만병 통치약으로 여기는 중국인들도 밀렵을 부추기는 데 한몫한다.심장을 먹으면 용감해진다고 믿고 뼈는 가루약으로 만들어 상처 치료에 쓴다.발톱은 행복을 준다고 믿어 부적으로 지닐 정도니 호랑이 부위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 다.
중국 거주 조선족도 빠지지 않는다.이들은 호랑이 뼈를 보따리에 싸서 「이장하는 조상의 뼈」라고 속여 국경을 통과한다.그러나 호랑이 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은 러시아 국경 세관의감시가 강화된 상태.
러시아 정부는 지난 달부터 3년동안 1백25억루블(약 20억원)을 들여 적극적인 호랑이 보호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호랑이 장사가 여전히 잘되는 데다 밀렵꾼 태반이 산림감시원,사냥 안내인,수렵학자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 계획의 실효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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