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 재산 자선사업 헌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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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체코의 바츨라프 하벨 대통령이 전 재산을 자선사업에 헌납한다.기업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축재한 한국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고 전 재산을 몰수당할 위기에 처한 것과 비교하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독일의DPA통신은 20일 하벨 대통령이 전 재산을 헌납해 기금을 조성,사회봉사활동에 사용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보도했다.하벨대통령은 이미 대대로 물려받은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부동산의 처분을서두르고 있다.
하벨대통령은 월 급여 10만코루나(약3백30만원)도 직무와 관련된 필수지출을 제외하곤 모두 자선사업에 희사하고 있다.이에따라 지난 한해 희사액수만 따져도 4백만코루나(1억4천만원)를넘는다.그런 그가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기로 결심한 데는 지난1월 오랜 투병끝에 암으로 숨진 부인 올가 여사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공산정권 아래선 뜨거운 민주화투사였고 퍼스트 레이디로서 소리나지 않게 그늘진 곳을 살펴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올가여사는 병마로 쓰러지기 전 자선사업기금 마련을 시작했으나 결실을 보지못했다. 새로 창설될 자선기금에 자신과 부인 이름을 붙였으면 하는 것이 하벨 대통령의 유일한 바람인 것으로 전해진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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