選管委 선거자금 감사 천명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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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선관위가 잔뜩 벼르고 있다.이번엔 허술하게 넘어가지 않겠다는각오다.선거비용 규정으로 공명선거의 승부를 걸겠다고 공언한다.
법대로 하겠다는 얘기다.당선무효가 여러명 나올 것이라고 벌써부터 귀띔하기도 한다.그런데도 정치권은 「멋도 모 르고」 돈을 펑펑 쓰고 있다고 선관위는 보고 있다.
선관위가 『이번에는 뜨거운 맛을 보게 될것』이라고 공언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까다로운 선거자금 규정을 담은 통합선거법이 처음 적용되는 총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에서도 이 법은 적용됐다.그러나형식적이었다는게 선관위 분석이다.지방선거 때는 통합선거법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던데다 후보끼리 서로 시비를 걸지 않으려는분위기였다는 것이다.실제로 선거자금 사용내용을 공개했어도 보는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누가 어떻게 돈을 쓰고있는지 훤하게 보인다.공명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선관위가 실력행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한껏 성숙됐다. 그래서 선관위는 법이 규정한 선거자금 공개에 승부수를 걸고나왔다. 선거후 정당과 후보들이 밝히는 자금규모와 사용내용을 상세히 기록하도록 하는 선거법 부분이다.「언제 어디서 무슨 행사에 얼마」식으로 분명히 기록해야 함은 물론이다.이 기록은 해당 선관위에 배치돼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아예 책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낙선한 후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시비를 걸 수도 있다.선관위도 상호견제를 적극 유도한다는 입장이다.선거법 133조 「열람및 이의신청제도」의 위력이다.
일부 후보중에는 이런 제도적 장치를 염두에 두고 『선거가 끝나고 보자』며 상대방 후보의 선거비용을 은밀하게 추적하는 진영도 있다.
선관위는 선거후 선거비용에 대한 이의 제기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우선 뻔히 아는 비용규모를 축소신고한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한다.선관위는 이의 제기를 받는 즉시 국세청등의 협조를 받아 실사를 벌이고 허위보고.비용초과 등을 가려 고발조치할 방침이다.
선관위는 또 재판부가 이전처럼 당선무효를 가까스로 피할 수 있도록 가벼운 형량(징역 또는 1백만원 이상 벌금)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선거자금의 허위보고 또는 초과지출은 각각 2년이하 징역이나 4백만원 이하 벌금 ,5년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형량이 적용돼 의도적인 「형량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사정은 정당도 마찬가지다.선거가 있을때 각당은 30일이내에 선거 회계보고를 해야한다.들어온 돈과 쓴 돈을 일반에게 공개해열람하게 하는 것은 개별후보와 다르지 않다.
혹시라도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특별당비나 후원금 등을 빼돌렸다가 드러나면 해당 정당에 대한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물증을 내놓지않고 여야간에 벌어지는 대선자금과 공천헌금 공방은 비교도 안된다.구체적인 자료가 드 러나게 돼있다. 선관위측은 『공명선거 정착은 선거자금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선거법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고 한다.용두사미(龍頭蛇尾)가 안 될지 두고볼 일이나 정치권은 긴장해야 할 것같다.
이원영.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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