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기준 기업활동 가로막는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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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조그만 철강공장을 경영하는 L씨는 창고를 하나 만들려다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등록을 거부하는 담당 직원에게 이유를물었더니 재해 방지를 위한 「적절한」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었다.「적절한」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대답은 물론 듣지못했다. 각종 인.허가나 등록때 또는 정부가 사업 대상을 선정할 때 적용하는 법령이나 시행규칙에 모호한 기준들이 너무 많다.「충분한 내구력」「적당한 환기 장치」「건전한 기업」「필요한 경우」등.
눈에 보이는 규제만도 숱한데 이런 모호한 잣대까지 「보이지 않는 규제」로 작용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는 관련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이런 부분들이 고쳐지지 않고는 규제완화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개선 작업에 나섰다.청와대 경쟁력강화기획단을 중심으로 한 작업반은▶불명확하거나▶언제든 달리 적용할 수 있어 일관 성이 없고▶실효성이 적은 법령과 시행규칙등은 과감히 없앨 방침이다.
◇모호한 기준=특히 건설과 부동산 관련 법규,음.식료품,금융분야의 법령.규칙에 이런 부분이 많다.화물유통촉진법상 창고 등록기준은 「적당한」 환기 장치,재해 방지를 위한 「적절한」 구조등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전한」이란 문구 하나로 당국은 은행.보험사등 금융기관의 활동을 시시콜콜 간섭하고 있다.
「거래금지구역」으로 불릴 정도로 엄격해 민원을 사고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투기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지역」이면 언제든 건설교통부장관이 지정토록 돼있다.물론 「우려」의 구체적 기준은 없다.
◇문제점=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민원을 수용하다가는 감사에 걸려 징계당하기 십상이라 대부분 까다롭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왕기.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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