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色 수국 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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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호 02면

지나는 길가에서 수국 꽃을 보았습니다. 고아하면서 탐스러운 수국 꽃이 한 무더기 피었습니다. 지나친 길 돌아가 꼼꼼히 바라보니 한 몸에서 여러 갈래의 꽃이 피었고, 그 꽃들은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습니다. 한 몸에서 연한 분홍, 연한 자주, 연한 노란색 꽃이 뒤섞여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꽃의 색이 변하는 것은 일본 게이샤(藝者)의 절개 없는 마음이라는 옛날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수국을 바라보는 것처럼 수국이 우리를 바라본다면 우리들 또한 그와 같지 않을까요. 한 몸에 잡다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할 것입니다.

어찌 변심하는 게 게이샤의 마음뿐입니까. 제 마음도 수시로 오락가락하는 품새가 요사이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매 순간 하늘과 땅의 마음에 맞춘 진실한 변화의 몸짓으로 노력하며 살아간다면 그것이 이 세상 살아가는 우리들의 길인 듯합니다. 호박 밭을 다듬는 할머니의 손길에서 바로 하늘과 땅의 마음을 본다면 제가 너무 앞선 건가요?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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