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04] 통계로 본 17대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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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7대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엄격해진 선거법의 울타리 안에서 치러졌다. 선관위 등이 가장 역점을 둔 대목은 "돈 선거를 뿌리뽑자"는 것이었다.

선거 범죄를 신고하면 최고 5000만원 내에서 불법 비용의 50배를 지급하는 포상금제나 금품.향응을 받은 유권자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극약 처방'까지 도입됐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표면적으로 적발 사례가 쏟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15일 중앙선관위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총선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행위로 선관위에 적발된 건수는 5938건으로 16대 총선(3017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16대 때 594건이던 금품.향응제공 적발 건수가 963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정당이 경선을 도입하는 등 단속 대상이 확대된 데다 유권자의 신고가 활성화된 게 주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융자료 제출 요구권 등 선관위의 감시 기능이 강화된 것도 적발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선거범죄 포상금은 58건(74명)에 2억7010만원이 지급됐다. 유권자에게 부과된 과태료 역시 47건에 1억2129만원에 달했다.

선거 초반 집중 표적이 됐던 돈 선거 풍토는 중반을 지나며 위축되는 경향을 보였다. 선관위 측은 "16대 때 212건이던 선거기간 중 금품.향응 적발 건수가 53건으로 준 것은 '돈을 쓰면 걸린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접전이 펼쳐지면서 막판에는 금품 살포와 비방.흑색선전이 고개를 드는 등 혼탁 양상이 재연되기도 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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