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콩나물잡채-주부 김지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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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잘 차린 잔칫상이라고 다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불고기.닭튀김.돼지고기로 속을 넣은 완자.손님대접에 야채보다육류를 높이 치는 주인의 마음씀이 오히려 엇비슷하게 기름진 음식만 늘어놓아 젓가락질을 주저하게 할 때가 가끔 있다.
콜레스테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절한 야채가 곁들여져야 음식끼리도 숨통이 트이는 법.
주부 김지혜(金芝惠.34.서울노원구상계동)씨네 잔칫상에 콩나물잡채가 빠지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다.
콩나물잡채는 이런저런 고기요리 틈에서 새콤하고 상큼한 맛으로식단에 변화를 주는 중요한 메뉴.
처음에는 친정어머니의 솜씨로 두 딸 소정(9).선민(5)이의백일.돌잔치 때부터 차리기 시작했다.요즘은 곁눈질하며 배운 솜씨로 金씨의 단골 메뉴가 됐다.
재료를 다듬고 채썰어 준비하는 과정이 잔손질이 많이 가긴 하지만 크게 끓이고 볶는 것이 아니라 조리과정도 간편하다.
무쳐놓은 즉시 먹어야 하는 냉채에 비해 콩나물잡채는 미리 무쳐놨다 대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 준비시간을 벌어주는 역할도한다. 여느 주부의 요리법이 다 그렇듯「알아서」「적당히」눈대중으로 하다보면 비슷한 맛이 나겠지만 이번만큼은 계량컵을 들고 양념분량을 일일이 재는 수고를 했다.
전주가 고향인 친정어머니의 정갈한 솜씨는 이렇게 해서 두루 공개될 기회가 생겼다.
『제철에는 고사리를 곁들이면 한결 맛이 난다』고 귀띔하는 金씨는 『고춧가루는 불그스름한 빛깔을 내기 위한 것이니 절대 욕심내지 말라』고 당부한다.
▶재료=콩나물 2백50,미나리 2백50,무 1개,밤 3개,당근 2분의1개,소금 1큰술,식초 2분의1컵,설탕 2큰술,마늘 다진 것 1큰술,고춧가루 2작은술,통깨 1큰술.
▶조리법=①무는 5㎝ 길이로 채썰어 소금을 뿌린 후 다른 재료가 준비되는 동안 절여둔다.②콩나물은 머리와 꼬리를 따 다듬은 뒤 살짝 데친다.③당근.미나리도 비슷한 길이로 채썰고 밤도짧게 채썬다.④먼저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 려 물을 들인뒤 콩나물과 마늘 다진 것,미나리와 식초,밤채와 설탕 하는 식으로 야채와 양념을 하나씩 넣어가면서 버무린다.⑤먹기 직전 통깨를 뿌려 차려 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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