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裁判-명확하게 시비흑백을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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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裁는 와 衣의 결합이다.여기서 는 土(흙 토)와 戈(창 과)의 결합인 것 같지만 사실은 才와 戈의 결합이다.戈는 전쟁의 무기로 「상처」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才는 한자의 음을 표시한다. 곧 裁는 「옷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천에 상처를 내 옷을 만든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따라서裁는 옷을 만들기 위한 「마름질」이다.
마름질을 하기 위해서는 옷감을 가지고 요모조모 잘 따져보아야한다.곧 「헤아리는」작업이 필요하다.여기서 裁는 「헤아리다」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재가(裁可).재단(裁斷).재량(裁量).
재봉(裁縫).결재(決裁).독재(獨裁)등 많다.
判은 (刀)와 半의 결합으로 「칼을 사용해 반으로 나눈다」는뜻이다.마치 도끼로 장작을 패듯이 말이다.따라서 判의 본디 뜻은 「쪼개다」가 되겠다.
그런데 어떤 사물이든지 둘로 나누면 확연(確然)하게 구별된다.따라서 判은 「구별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판결(判決).판단(判斷).판례(判例).판이(判異).판정(判定).공판(公判).
담판(談判).비판(批判).심판(審判)등이 있다.
곧 裁判은 천으로 옷을 만들 때처럼 잘 헤아리고,또 도끼로 장작을 패듯 명확하게 시비흑백(是非黑白)을 나누는 것을 뜻한다.법관이 법률에 근거해 양심(良心)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다.심사숙고(深思熟考)와 공명정대(公明正大)가 裁判의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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