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2002년월드컵 유치 홍보관싸움 사흘만에 급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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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94년 5월7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힐튼호텔.금강기획 남관호(44)홍보팀장은 로비에 설치된 일본 홍보관을 보는 순간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아찔했습니다.3일 뒤면 아시아축구연맹(AFC)총회가 개막되는데 일본홍보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전시」하면 또 일본이잖아요.』 뒤늦게 2002월드컵유치경쟁에 뛰어든 한국에는 국제축구연맹(FIFA)집행위원을 뽑는 당시 AFC총회가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회의였다.남팀장의 상대는 올림픽.월드컵등 세계스포츠계 빅이벤트 광고대행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광고대행사인 덴쯔사.
남팀장은 고심끝에 가야금과 대금연주무대를 만들기 위해 현대건설로부터 벽돌을 실어나르고 병풍.절구등을 배치,한국냄새가 물씬나는 홍보관을 꾸몄다.또 호텔측과 끈질긴 협상을 펼친끝에 한국홍보관의 위치를 후미진 곳에서 일본홍보관앞 로비 기둥사이로 옮겼다.홍보관을 오픈하는 운명의 9일,홍보관싸움은 한국의 예상을뒤엎은 판정승으로 결판났다.한국의 홍보관은 AFC위원들의 모임장소로 각광받을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그리고 정회장이 집행위원선거에서 당선,한국은 역전의 전 기를 잡을 수 있었다.
남팀장은 94AFC총회를 시작으로 94미국월드컵.95카타르세계청소년선수권.프랑스월드컵조추첨행사등 숨막히는 월드컵유치현장에서 한국의 월드컵유치작전의 첨병역할을 해왔다.
밤잠을 못자며 홍보전쟁을 치러낸 남팀장은 오는 6월1일 취리히에서의 마지막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홍보전략수립에 여념이 없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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