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종이접기 세계에 전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종이를 문·벽·천장에 붙이는 나라는 많지만 방바닥까지 바르는 건 한국이 유일합니다.”

21일 (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자리 잡은 이영희 한복박물관에서 만난 종이문화재단 노영혜(사진) 이사장은 유서 깊은 한국의 종이문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 이사장이 뉴욕에 온 건 미국 내 한국식 종이문화 보급이라는 숙원을 풀기 위해서다. 3년 전 문화계 원로 한 분이 “한국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종이문화를 전 세계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라고 당부했다는 것. 그러면서 이 원로는 한복디자이너인 이영희씨를 소개해주며 “두 사람 모두 한국의 전통문화에 뿌리를 둔 만큼 힘을 합쳐 일해 보라”고 권했다 한다. 그래서 노 이사장은 이씨가 운영하는 한복박물관 안에 뉴욕종이문화교육원을 세우고 이날 개원식을 열었다. 개원식 후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종이접기 특강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50여 명이 참석, 즉석에서 종이 헬리콥터와 노리개를 만드는 법을 배웠다.

노 이사장은 전통문화 속 종이접기의 중요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예컨대 “토속신앙에서 사용하는 삼신(三神) 모자도 한지로 만든 것으로 한번 더 접으면 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종이접기는 어린이 두뇌계발 및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종이문화에 대한 인식이 거의 사라져가던 1989년 한국종이접기협회를 만들어 20년 가까이 운영해왔다. 한국종이문화원·종이미술박물관도 잇달아 세우면서 한국 사회에서 종이접기라는 소중한 유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힘써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종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이 나아졌다고 판단,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는 “뉴욕에서 출발, 전 세계에 한국식 종이접기의 우수성을 알리는 게 꿈”이라며 “머잖아 모스크바에서도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