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혀 자른 학교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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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 소년이 가정교사와 가정부간의 은밀한 만남을 목격한다.가정교사는 가위를 들고 만약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면 혀를 잘라버리겠다고 위협한다.소년은 이때부터 말을 더듬고 말하기를 두려워 하게 된다.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엘리아스 카네 티의 자전소설 『구제된 혀』의 내용이다.그러나 혀를 자르겠다고 위협만 한게 아니라 실제로 혀를 극히 일부나마 잘라버린 사건이 학교안에서 일어났다.그것도 흉악범 소행이 아니라 같은 학교상급생이었다는 사실에 모두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 한다.
「어째 이런 일이!」하고 놀라기만 할 때가 아니다.모양을 달리하는 크고 작은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정부도 문제를 중시해 총리주관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할 대책회의까지 했다.회의에서는 폭력학생 명단을 작성해 검경(檢警)의 보호관 찰아래 두겠다는 방안까지 나왔지만 이는 보다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발본색원이라는 측면에서 강한 대처가 필요하지만,「명단이첩」까지 한다는 것은 교육적 처사라고 보기 어렵다.미성년학생이 그런 방식으로 한번 낙인찍히면 거기 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있다.비교육적 처사가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게 된다.계도(啓導)의여지가 있는한 학교폭력은 학교안에서 해결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특히 이번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혀 절단사건만 봐도 검경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경찰이 학교에 상주할 수도 없고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교사와 학부모가 연대해 문제를 근원적으로푸는게 장기적 학교폭력 근절안이다.혀 절단사건의 가해소년도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폭력인지 의식조차 못했을 것이다.가해소년의가정환경에도 문제가 있는듯 하다.결손가정의 문제아라면 학교가 좀 더 성의있는 자세로 학생과 가정을 상대로 대화와 설득을 통해 올바른 인성교육을 시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말로만 하는 도덕교육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인성교육이 초등학교에서부터이뤄져야 학교폭력의 싹이 사라진다.교사에게는 또 하나의 무거운짐이겠지만 교사로선 피해선 안될 인성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임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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