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타협'에 밀린 통신사업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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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방향에 초점을 맞춰 신규통신사업자 허가기준이 다시 조정됐다.이번 기준변경은 경쟁력 있는 사업자선정 보다는 가급적 잡음을 줄이려는데 중점을 둔 인상이 짙다. 당초 기준대로라면 삼성.현대.LG.대우그룹 등 4대통신장비제조업체중 2개그룹이 신규사업권을 따낼 수 있게 돼있었으나 이를 바꿔 그중 한사(社)를 비통신장비제조업체의 몫으로 돌린 것이다.정부가 인위적으로 참여기업을 분류한 셈이다.
정부의 변(辯)은 경제력의 집중을 막고 가능한한 많은 기업이PCS사업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명분은 그럴듯 하다.그러나 그 배경에는 경쟁에 불리한 입장에 있는 효성.
금호 등 비장비제조업체들이 기존 기준을 집요하게 반대함으로써 타협안으로 새 기준이 나온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뒷말」을 우려한 나머지 타협적 기준을 제시한것이 과연 우리의 통신산업발전을 위해 타당한 것인지는 한번 짚어볼 문제다.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 약한 국내 통신산업은 기술확보가 시급하다.기술경쟁력이 없으면 98년 통신 시장 전면개방때 국내기업은 선진국의 유수기업과 싸워 이길 수가 없다.그 때문에 신규사업자는 경쟁력위주로 선정해야 한다는 방침이 처음부터제시된 것이다.
이석채(李錫采)정보통신부장관도 취임 당시 경쟁에서 2등은 안되고 능력있는 1등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러나 이번 허가기준은 그런 원칙에서 한발 후퇴한 셈이다. 한가지 당초 한국통신에 사업권 하나를 배정키로 한 것을 수정해 자(子)회사를 만들어 민간기업참여기회를 준 것은 잘한 일이다.공기업의 비능률을 제거하고 민간기업의 창의와 활력을 받아들이기로 한 점에서 그렇다.
신규통신사업자선정은 관련기업간의 이해가 크게 엇갈려 있어 어떤 형태로 선정해도 잡음은 나게 돼 있다.그런 잡음에 대한 우려로 기술경쟁력이 있는 업체의 참여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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