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고바야시 꺾고 NHK배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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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조치훈9단(사진)이 3일 도쿄 메트로폴리탄 플라자 8층에서 벌어진 NHK배 결승에서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을 물리치고 우승컵을 차지했다.趙9단은 2백38수까지 가는 격전끝에 黑을 쥐고 아슬아슬한 반집승을 거뒀다.
趙9단은 이 승리로 제8회 TV아시아바둑선수권전 일본대표로 출전할 자격을 확보했다.TV속기고 우승상금이 4백만엔(약3천2백만원)에 불과한 대회인데도 이 한판은 일본바둑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바로 일본랭킹3위 조치훈과 1위 고 바야시 사토루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趙9단과 고바야시 사토루9단은 지금 일본 최대기전인 기성전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현재까지는 趙9단이 3대1로앞서있고 1승만 추가하면 타이틀을 따게되는데 그 제5국이 6,7일 이틀 간 리사와(三澤)시에서 열린다.
일본바둑계는 오래전부터 이 싸움을 세대교체의 분기점으로 보고있었다.趙9단은 재작년 8년의 와신상담 끝에 기성에 복귀했으나불과 1년만에 혜성처럼 나타난 동문후배 고바야시9단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다.고바야시는 이후 랭킹7위인 작은 기성(碁聖)을 추가하고 지난해 NHK배에서도 우승하는등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올해 NHK배에서도 유시훈6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고바야시는37세. 나이야 어쨌든 그는 새 얼굴이고 최근 2년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반대로 趙9단은 지난해 중국계의 왕리청(王立誠)9단에게 왕좌타이틀을 빼앗기는등 퇴조의 기미가 뚜렷했으나 새해들어 기성전에서 고바야시를 막판으로 몰아넣고 NHK배에서 「반집승」을 거두는등 새롭게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고바야시를 신인으로 칠때<표>에서 보듯 과거의 강자는 랭킹2위의 다케미야(武宮正樹)9단과 랭킹3위의 조치훈 뿐이다.이 두사람중 46세의 다케미야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지만 조치훈은 다르다.56년생인 趙9단은 올해로 만 40세가 되었다.말하자면 趙9단도 승부나이로는 환갑에 접어들었지만 실력은<표>에 오른 인물중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7년전 조치훈이 새로운 패자로 등장했을 때 일본바둑계는 감히 숨을 쉬지못했다. 세월이 흘렀으나 일본엔 아직 그런 신인이 나타나지 않고있다.바로 여기에 일본바둑계의 고민이 있다.趙9단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이창호7단에게 잇따라 지고 있다.따라서 일본의 신인들이 趙9단을 이길 수 없다면 국제무대에서 이창호나 마 샤오춘(馬曉春)을 이길 수도 없을 것이고 앞날 또한 밝지않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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