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칼럼>"김 샌 월요일"의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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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월요일(2월26일)조간신문들은 외국인 주식투자한도를 4월1일부터 종전의 15%에서 18%로 확대한다는 정부 발표를 1면 머리기사 내지 그에 버금가는 크기로 다루었다.
주가는 경제의 건강을 표시하는 체온계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이종합주가지수가 1천에 한참 못미치는 선에서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음을 안타까워 하고 있는 참이었다.
이런 마음을 반영,그날 아침장은 주가가 단번에 15포인트가 뛰는 초강세로 시작했다.그러나 잠깐 뿐이었다.외국인 투자한도 확대라는 이 확실한 발표가 이미 주식시세에 다 반영된 껍데기 정보라고 본 한무리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이 이 기회에 팔고도망이나 가자는 세력에 대거 가담하고 나왔다.그날 주가는 오르락 내리락 25포인트의 일교차를 보이다가 오히려 9.56포인트하락을 짓고 마감했다.연이은 닷새째의 내림세였다.
주가는 오르지 못했지만 그러나 좋은 점도 있었다.이제 한국의주식시장은 고물정보에 들썩거리고 야바위에게 돈을 먹여주던 「시골장」은 이미 아님이 드러났다.이번 「김샌 월요일」은 이 점을얼추 증명해 보여준 리트머스 시험지 같았다는 점에서 값진 날이었다. 『어떤 특정정보를 이용해 비정상적 이익을 볼 수 있는 매매공식을 만들어 내는 일이 평균적으로 불가능할 때 이런 시장을 특정정보에 대해 「효율적」이라 부른다』.이 말은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가 내린 「효율적 시장」의 정의(定議) 다.다시 말해 효율적 시장이란 모든 증권의 가격이 항상 그것의 투자가치와 동일한 시장이다.외국인 투자한도 확대 발표같은 기찬 호재(好材)도 김빠진 것이면 잠깐 만지작거리다 버리는 이런 장꾼들이 모이는 시장이라면 대체로 효율적 시장이 라 할 만하다.
이런 시장에서는 실속없는 소문이나 「작전」이 통하지 않는다.
야바위 「작전세력」의 작전뿐만 아니라 정부에 의한 「부양작전」도 통하지 않는다.이런 시장에서 어설프게 한 몫 잡겠다고 나서는 야바위 작전꾼들은 경찰에 붙들리기 전에 십중팔 구 시장이 먼저 빈털터리로 만들어 버린다.속아주지 않기 때문이다.증시(證市)의 공중엔 간단없이 루머가 떠돌아 다니고 있지만 절대 다수고객들은 쌀에서 돌을 일듯 정보를 잘도 여과해낸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에 있어 미국.일본.유럽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주식가치가 이들 나라,특히 미국의 주가는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하고 있는데 비해 비실비실 미끄러지고만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세가지 위험이 투 자가치를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북한의「붕괴 내지 대남(對南)도발」위험,둘째는 한국 정부의「예측불가능한 경제정책」위험,셋째는 「경영권 위험」이다.
북한의 위험은 여기서는 논외로 치자.한국 정부가 만드는 정책 위험은 그 본질이 정부가 증권시장을 정부의 장중( 掌中)에 있다고 보는 데서 나온다.예컨대 정부가 주가를 받치겠다고 이른바기관투자가에게 「주식매수우위 유지」를 강요한 결과 기관투자가,더나아가 주식시장 전체까지 잘못된 과거 역사가 주는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이 점에서「주식시장의 역사 바로세우기」는 어떤 역사 바로세우기 보다 더 절실한 당면 문제다.과거뿐 만 아니다.미래에 대한정책위험은 투자자들에게는 더욱 아리다.지금이라도 주가가 좀 오른다 싶으면 정부의「주식매매 차익 종합과세 방침 」이 언제 시장을 강타할지 모른다는 것이 증권 투자자들의 정책위험 인식이다.수렁에 빠진 국민투자신탁을 현대 그룹이 매수하니까 「위성 그룹」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제재한 것도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이 생산하는 위험이다.
여기서 내가「경영권 위험」이라고 지칭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영권이 주식속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장당시의 대주주라는특정인에게 있음을 말한다.그래서 이런 대주주가 경영권을 끼워 주식을 팔 때는 예사로 시장 주가의 4~5배 값 을 받는다.뒤집어 말하면 일반 투자자가 갖고 있는 주식은 경영권이 배제된 것이기 때문에 본래 값의 4분의1~5분의1선으로 눌리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경영권 인수는 아무나 할 수도 없다.돈과 경영능력에서 5등,10등,30등안에 들어가 게 된 대기업은 더구나 안된다.그 통에 손해보는 것은 애꿎은 소액 투자자다.특정 대주주에 독점되는 경영권이라는 권리를 없애고 누구라도 돈 있으면 합법적으로 주식을 삼으로써 그 주식수에 해당하는 경영권을 살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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