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없는 황무지 … 누가 왕 노릇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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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황무지에 다시 바람이 분다.

1860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인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십(디 오픈)이 17일 밤(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인근 로열 버크데일 골프장(파 71·7173야드)에서 막을 올린다. 바닷가 황무지의 링크스 코스에서 열리는 디 오픈은 148년의 전통과 더불어 거친 바닷바람과 러프 등 자연과의 대결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다.

올해 대회엔 타이거 우즈가 나오지 못한다. 무릎 수술 직후 무리해서 US 오픈에 참가해 우승했지만 그 여파로 올 시즌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우즈가 메이저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은 1996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특별하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이 대회를 ‘※’를 쳐서 분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지 약물의 힘을 빌려 홈런 기록을 달성한 미국 프로야구 배리 본즈의 기록처럼 인정은 하되 ※를 붙여 정당한 기록은 아니라는 표시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우즈가 나오지 않은 대회의 우승은 인정하지만 우즈가 출전한 다른 우승보다는 한 단계 아래라는 의미다. ※를 하자는 주장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다. 우즈는 메이저대회에서 14승을 했다. 스윙 교정이나 부친 응급 상황 등이 아닌 정상 컨디션에서 나온 메이저 대회에선 우승 확률이 50% 정도였다. 그런 무시무시한 우즈가 안 나오는 것은 메이저 대회 우승이 필생의 업적인 골프 선수들에겐 엄청난 기회다.

영국의 도박업체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어니 엘스(남아공),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 필 미켈슨(미국),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순으로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앤서니 김은 50배, 최경주(나이키골프)는 100배의 배당을 매겼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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