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델리 新실크로드 마련-한국.인도 정상회담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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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3박4일간 인도 국빈방문은 『인도가 한국기업의 투자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였다.한.인도 정상회담의 주제도 양국간 경제.통상협력에 맞춰졌다. 95년 19억달러 수준의 양국 교역량을 2000년까지 50억달러 규모로,현재 2억5천만달러의 대(對)인도 투자는 30억달러로 확대하고 인도의 발전소.도로 건설과 통신분야등 사회간접자본 정비에 한국기업이 적극 참여한다는 것등이 정상 회담 합의내용이었다.
인도정부는 한국에 대한 호의의 표시로 金대통령의 방문 직전인지난 20일 삼성과 현대의 대인도투자를 조기승인했다.구본영(具本英)청와대경제수석은 『네루총리 이후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으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왔던 인도가 한국기업 의 1백%투자를,그것도 4월께나 가능하리라는 예상보다 앞당겨 승인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종합전자단지,현대의 자동차 투자승인의 규모만도 17억달러를 초과한다.현재 중국에 대한 투자총액이 30억달러 수준인것을 감안하면 먼 나라로 여겨졌던 인도가 우리 경제 속으로 급속히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9억의 인도인구중 3억명정도가 전자제품 구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동차 구매력을 가진 인구는 3천만~5천만명 수준이라는게 현지 한국기업인들의 얘기다.
金대통령의 방문에 39명의 기업인이 수행한 것도 인도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때문이다.다만 인도정부가 유지해온 외국기업에 대한 장벽이 여전히 높은 편이며,개방정책을 추진해온 라오총리 정권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있다는게 문제다 .
외교적인 성과도 적지 않다.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국가를 주도하고 있는 외교강국이다.대북(對北)정책과 동북아 안정유지 문제에 있어 인도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인도가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가 다리 역할을 해주고,인도는 우리의 대외정책을지지해주는 협력관계를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한국과 인도의 수교는 23년이 지났지만 본격적 관계 형성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세계 인구의 3분의1이 넘는 중 국. 인도와의 관계는 한국의 경제뿐 아니라 국제적인 위상확보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뉴델리=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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