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국토계획 왜 공개않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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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국토는 너무 좁다.인구.경제규모에 비해 가용면적은 더욱좁아 몇몇 도시국가를 빼면 입체이용률이 단연 세계 최고다.때문에 우리는 유달리 「국토계획」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21세기는 또 동북아시대.우리 국토는 북한.중국은 물론 동아시아.유럽과도 하나로 연결된다.과거와 다른 국토관(觀)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어디가 어떻게 달라질까」.국민의 관심은 당연하고 정부는 답을 해야 한다.
정부의 답은 그러나 몇달째 캐비닛 속에 한가롭게 모셔져 있다.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중지(衆智)를 모아 21세기 정보화시대를 이끌겠다며 마련한 「국토 청사진」을 그렇게 낮잠재우는 이유가 궁금하다.뿐만 아니다.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인 기간교통망계획도,수도권정비계획.광역대도시권계획도 정부는 모두 감추고 있다.
국토의 미래는 당연히 국민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데 왜 정부는 이들을 숨기고만 있는가.
선거 때문이라는 답변이 또한 희한하다.지난해에도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올해에는 아예 「오해를 우려해」 발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숨기는 일이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이냐는 질문에 정부는 대답을 못한다.
계획을 숨기고 몇 사람만 알면 부작용이 따르는건 당연한 이치.우선 정치권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도 국민은 알 수 없다.
일부 주민들도 선거때면 무리한 지역개발을 정부에 요구해댄다.
정부도 무대접.푸대접 비난을 면하려 전국 곳곳에서 「삽질」을 시작한다.정작 필요한 댐은 그러나 주민반대로 벽에 부닥치기 일쑤다.정치권과 주민이 표를 사이에 두고 만들어내는 우리나라 특유의 선거풍토인데,정부는 「계획을 숨겨」 이들에 면죄부를 주고있는 셈이다.
그 결과 국립공원이 될 지역에 국가공단이 들어서고,괜히 바다를 메우는 역사(役事)가 벌어진다.선거후 정부는 터무니없는 공약사업을 계획에 슬그머니 끼워넣는 방법도 쓴다.예산낭비는 차치하고,이런 일들로 국토의 「길」이 바뀌는게 더욱 문제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또 어떤가.국가계획이 막연하니 지역계획을 세울 수 없다.『정부계획 기다리다 3년 임기 다 채우겠다』는 푸념이 나오고,수도권정비계획 무용론까지 대두된다.본격적인 지역사업을 할 수도,또 안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국토계획을 숨긴다고 선거에 득(得)이 되겠는가.
잘된 계획은 아무때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말썽을 두려워하기보다 『선거를 통해 정정당당히 평가받겠다』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工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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