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사인 숨긴 현대 측 믿었다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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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북한 초병의 총격에 의한 고 박왕자씨 사망사건을 합동참모본부가 청와대에 질병사로 보고해 논란이다. 합참 상황장교는 사건이 발생한 11일 오전 11시50분쯤 청와대 실무자가 물어왔을 때 “관광객 사망이 질병에 의한 사고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합참의 잘못된 답변으로 청와대가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해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게 남북 당국의 전면적 대화 재개를 제의했다는 책임론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당사자인 합참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합참이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날 오전 4시50분 무렵 박씨의 사망사건이 발생한 뒤 현대아산 측은 오전 11시25분 동해 남북출입관리소(CIQ)에 협조를 요청했다. 박씨의 시신을 남한으로 이송하기 위해서는 합참이 통제하는 CIQ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해 CIQ는 비무장지대 남쪽 끝에 있다.

이때 현대아산 측은 ‘환자로 인한 긴급 입경(경비구역 출입)’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CIQ에 보냈다. 하지만 상황장교(소령)는 긴급 입경문서에 환자 진단서가 첨부되지 않아 다시 현대아산 측에 문의했다. 이에 현대아산 관계자는 “환자가 아니고 죽은 것 같다. 병명은 모르고 전화도 안 된다”며 사실을 숨겼다.

이에 따라 CIQ 상황장교는 11시37분 북측 CIQ에 통지문을 발송하는 한편 11시40분에는 합참 상황장교(중령)에게 처음 보고했다. 이 CIQ 장교는 합참에서 사망 원인을 묻자 현대아산 측이 신고한 대로 “질병인지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고 대답했다. 이어 합참 상황장교는 11시50분 청와대 실무자가 문의해 오자 같은 내용으로 답변했다.

합참 장교는 5분 뒤인 11시55분 국방부로부터 ‘피격에 의한 사망’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청와대에 다시 보고하지는 않았다. 국방부가 이미 청와대까지 보고했을 것으로 판단해서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참의 보고 문제는 현대아산이 애초부터 사실을 은폐한 데서 발생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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