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일본 어업협상서 보인 일본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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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이 앞으로의 어업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 지는 아직 확실치않다.그러나 일본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지난 77년 러.일 근해어업협정의 체결과정을 눈여겨보라』며 일본측 협상전략이이에 기초할 것임을 암시했다.
러시아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북방 4개 섬)을 놓고 영토영유권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서 체결됐던 러.일 어업협정은 한마디로 「원칙은 고수하되 현실은 인정」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이 협정에서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주변 수역을 사실상 러시아에 양보했다.이 협정에 따라 일본 어선이 이 수역에 진입할 때는 러시아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반면 러시아 어선은 조업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이 협정의 어떤 규정도 양국 정부 입장을해치는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삽입,어업협정 체결이영유권 분쟁과는 별도 일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에서도 유사한 조항의 삽입을 통해 영토분쟁과의 분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즉 독도가 한국 수역에 포함되는 것은 인정하되 영유권은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기선으로 한 수역선포」 원칙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지난 77년 어업수역 2백해리 선포때 일본은 만조시에는 물밑에 잠기는 오키노 도리시마(沖の鳥島)등 상당수 무인도를 기선으로 삼았다.주일대사관 정병원(鄭炳元)서기관은 『국제관례는 경제수역(EEZ)을 그을 때 무인도를 기선으로 삼는 것을 인정하지않고 있다』며 『태평양상의 수역이 대폭 줄어들게 되는 일본으로서는 독도를 기선으로 한다는 원칙을 계속 고집할 가능성이 없지않다』고 우려했다.
이외에 앞으로 있게될 어업협상 과정에서 일본측이 강력히 관철을 시도하고자 하는 부분은 연안국주의다.현재의 기국(旗國)주의대신 영해 바깥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해 연안국이 단속권을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대신 수역구획에서 다소 신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특히 신어업협정의 「허용가능한 어획량」에서 한국측에 상당부분을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의외로 강경히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스 매장등 훨씬 큰 이익이 걸려있는 센카쿠(尖閣)제도를 둘러싼 중.일 어업협상을 감안하면 한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말아야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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