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에 가스호스 뒤범벅-안전무방비 노후아파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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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가스폭발사고가 발생한 서울성북구안암동 대광아파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S아파트.3층 건물인 이 아파트에는 81가구가 입주해 있다.건축한지 30년이 훨씬 지난 이 아파트의 외벽은 온통 전기선과 각양각색의 가스호스가 뒤덮여 엉켜 있 었다.4층 옥상에는 가정용 LP가스통 수십여개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있었다.LP가스통으로부터 가스가 각 가구로 들어가는 선도 가지가지다. 가스호스를 10 넘게 굽이굽이 길게 늘어뜨려 유리창을통해 연결한 가구가 있는가 하면 너덜너덜한 얇은 동선을 사용하거나 고무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10개동 1천여가구가 입주해 있는 서울중구황학동 S아파트는 7층 건물 외벽이 옥상으로부터 뻗어나온 가스호스로 어지러울 정도다.일부 주민들은 옥상공간이 모자라 위험을 감수하고 아예 가스통을 집안에 설치해 놓고 있을 정도다.
이 아파트 주민 박순림(朴順林.45.주부)씨는 『주민들도 위험을 느끼고 2~3년전부터 구청측에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재개발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말했다. 서울서대문구미근동 서소문아파트와 종로구종로3가 현대아파트는 가스누출사고가 잦아 대형사고를 우려,최근 도시가스로 교체했다. 이처럼 개인용 LP가스를 이용하는 노후 아파트들이 가스폭발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은 법규상 특별한 가스시설 기준이 없고 책임소재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용 LP가스를 쓰는 다세대주택.소규모아파트중 비교적 최근에 지어지거나 가구수가 많아 집단공급시설로 분류된 경우만 용기보관.배관소재.호스길이등에 대한 시설기준이 적용되고 가스공급회사의 정기점검을 받는다.
따라서 노후 영세아파트는 가정용 시설로 분류돼 구청.가스공사등 어디로부터도 점검을 받지않는 가스사고의 사각(死角)지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김현기.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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