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많은 성혜림씨 일행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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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피중인 김정일(金正日)동거녀 성혜림(成蕙琳)씨 일가의「행방불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갖가지 의구심어린 지적들이 제기되고있다. 과연 그들은 안전한가,탈출계획은 예정대로 진행중인가,아니면 예정과 달리 망명계획이 틀어지고 있는 것인가,그들은 한국으로 오기를 희망하는가 등등이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成씨 일가가 과연 안전한가 하는 근본적인 부분이다.그간의 언론보도처럼 안전지대에서 제3국정부와 망명방법등을 협의하는 것이라면 얘기는 간단하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 않은게 아니냐는 걱정어린 의 구심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成씨 사건을 두고 우리 정부가 밝힌 공식입장은 지금까지『成씨일행과 제3국을 통해 간접접촉을 하고 있고 현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신변안전이므로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있다』는 것과『그들이 언론의 추적과 신변안전을 우려해 자신들의소재를 알리지 않고 있다』는 것 등이다.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앞서 제기된 궁금증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일각에선 이들이 일단 피신에는 성공했는지 모르나 망명성공을 점치기는 성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관계당국의 『일부 언론의 사전보도로 成씨 등과 직접 접촉하지못하고 있다』는 말이 며칠째 반복되는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또 당국의「간접접촉 수준」이라는 설명이 과장이 아니라는 관측도 있다.그리고 이런 사태인식은 成씨 일가가 제 네바에서 모습을 감춘이후의 행적을 모르는게 아니냐는 것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成씨 일행의 망명계획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던 조카 이한영(李韓永)씨와 오빠 성일기(成日耆)씨 등의 증언 및 李씨와 그의 어머니 성혜랑(成蕙琅)씨의 통화내용이 공개돼 있다.
이에 따르면▶그들의 망명계획이 상당히 장기간에 걸친 것이었으며▶당장 한국으로 오기를 원하지는 않았고▶자신들의 계획이 성공하기까지 계획이 노출됨으로써 신변이 위험해질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계획은 중간에 노출되고 말았다.당국이 다소의 여유를 갖고 잠시 눈을 떼고 있는 사이 모든게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일이 뒤틀어지고….
그럴리야 없고,그래서도 안되겠지만 상황이 이토록 고약한 지경에 이른 것은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다.겉으로는 말을 못하고 있지만 속앓이를 하는게 관계당국이다.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일부 언론이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참…』이라는 개탄을 거듭하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것도 사태가간단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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