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北대사관 표정-김정일 생일접대선 애써 태연한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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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스크바주재 북한대사관은 성혜림(成蕙琳)씨 탈출과 평양시내 러시아대사관앞 총격전발생등 잇따른 사건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외형상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어떤 일이 있어도 내부의 동향이 외부에 비치지 않도록 해왔던 이전 그 대로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대사관의 내부분위기가 표출된 계기는 최근 두번 있었는데 지난 12일과 14일 두차례 열렸던 김정일(金正日)의 생일리셉션이 바로 그것이다.두번의 리셉션엔 친북 인사및 각국 외교사절등 각각 1백여명의 손님들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
그중 지난 14일의 리셉션은 김정일의 동거녀 성혜림의 탈출설이 한국 언론에 보도됐던 직후며 평양의 러시아 무역대표부에 사회안전부소속 조명길하사가 총격전끝에 망명을 요청하는 사건이 벌어져 북한측 반응과 내부 분위기를 관찰할 가장 적 절한 날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리셉션에서 대사관측은成씨나 평양사태에 관한 얘기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애써 태연을 가장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12일 리셉션은 成씨에 관한 한국언론의 보도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참석자들이 특별한 관심을 표명할 이유는 없었다.
참석자들은 그녀의 부재(不在)를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는 그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북한대사관에서 조차 몇명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成씨는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동안 한번도 남편 김정일의 생일리셉션에 나온 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대사관은 지난 15일이후 공격적인 태도로 돌변,成씨와 관련된 보도를 『새빨간 거짓말이며 남조선 언론의 공작』으로 규정하고 있다.成씨 일행 4명이 만일 서방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거나 망명희망 입장을 밝혔으면 그런 얘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측이 이처럼 큰소리치는 것은 成씨 일행의 소재를 인지하고 있거나 심지어 이들의 행동과 망명저지에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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