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림씨.평양총격 사건을 보는 외국의 시각-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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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만은 증폭되고 통제는 무너지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고위층 망명사건과 평양의 러시아대사관 망명 총격사건에 대해 일본언론들은 엄격한 사상통제와 상호감시의 「철의 통제」를 유지해온북한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식량부족.경제 파탄에 따른 북한 내부의 불만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일본 언론들은 일련의 사건이 김정일(金正日)54세 생일(16일)직전 발생했다는 점에서 김일성(金日成)사후 아직 권력을 공식 승계하지 않고 있는 김정일체제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평양총격사건만큼 북한내부의 체제불만이 확실하게 표출됐던 적은 없었다』며 『주민을 감시해야 할 경비병이 총격전을 벌이면서 정치망명을 시도한 것은 체제를 유지해온 근본이 흔들리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총격사건이 노동당 비서국 85호 집무실등 권력의 중추가 몰려있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북한의 체제붕괴 신호라고 보고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총격망명사건을 북한의 통제가 먹혀들지 않기 시작한 전조로 분석했다.
아사히는 『성혜림(成蕙琳)이 한국과 연락을 취하면서 망명을 계획한 것도 북한의 통제가 급속히 이완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외국에 파견된 북한 공관원들은 본국으로부터의 송금부족으로 충성도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례적인 총격사건은 김정일체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총격사건 후유증으로 북한에 쌓인 불만이 비슷한 형태로 계속 표출될 것인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신문과 방송들은 평양의 총격망명사건을 타스통신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매시간 톱뉴스로 취급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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