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하루 아침에 바뀐 정치所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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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그리곤 어디론가 날아가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다른 새가 뻐꾸기알을 품어준다.그래서 무책임한 사람을 뻐꾸기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 정치권에 때아닌 뻐꾸기 떼가 날고 있다.총선을 앞두고 당적을 옮기는 정치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대부분은 각당의 공천탈락자들이다.불과 얼마전까지 공천에 목을매던 사람들이다.그때는 소속정당을 찬양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등을 돌렸다.욕설을 퍼붓고 떠나갔다.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모습이다.
이유는 너절하게 대고 갔다.그러나 귀에 들어오는 이유는 하나도 없다.그저 공천에서 떨어졌다는 이유 말고는 설득력이 없다.
물론 그 모든 것은 유권자가 판단한다.당을 바꾸었다 해도 표만 많이 나오면 그뿐일 수 있다.
정당보다 인물이 우선인 측면도 있다.
특히 정치란게 그렇고 그런 거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그러나 그것이 옳은 정치는 분명 아닐게다.
14대 국회는 유독 당적 변경이 많았다.줄잡아 84명에 달한다.다섯번이나 당적을 바꾼 경우도 있다.
역대 국회에도 이정도의 당적변경은 없었다.원외지구당위원장까지합치면 1백95명에 이른다.
물론 당적 변경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을 것이다.
우선은 현정권들어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전직대통령이 구속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재산공개도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쳐도 이들에게 어찌 정치적 소신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 나올 만하다.
문제는 그들에게만 있는게 아니다.그들을 대하는 정당의 태도가문제다. 각 정당은 상대당 탈락자를 「모셔가고」있다.아예 차를문앞에 대고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적의 적은 동지로 생각하는정치풍토가 큰 문제다.
어디 그뿐이랴.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몸과 마음은 떠났으면서도 당적을 갖고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민주당적의 국민회의 의원들이 그들이다.11명이다.
물론 이유없는 무덤은 없다.그들은 대부분 전국구의원들이다.당적을 옮기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권자를 속이는 것과 다름아니다.
이번 선거야말로 유권자들의 냉엄한 판단이 필요하다.그렇지 않고는 제멋대로의 정치판을 도저히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연홍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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