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成씨 한국直行 유도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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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일(金正日)과 동거했던 성혜림(成蕙琳)여인이 가족과 함께유럽에서 망명을 모색중이라는 소식이다.북한의 권력 심장부에서 이같은 탈출극이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평양(平壤)의 이상징후가 심각함을 짐작케 한다.그동안 급증추세를 보여 온 북한동포들의 탈북(脫北)사태가 더욱 가속화될 수도 있다는 징조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상황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당연하다.망명인물이 거주희망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이고,동포애에 따라 보살피는 것은 물론 관계국가들과의외교적 마찰이 없도록 하는 일 등이다.
다만 成여인의 경우는 그 특수한 신분에 따라 특별히 고려해야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첫번째 고려해야 할 점은 마치 정부기관이 成씨의 탈출에 관련된듯한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본인이 한국행을 간절히 원한다면 우리가 궁극 적으로는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곳에 안전하게 정착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더구나 한국행을유도하는 듯한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두번째 고려해야 할 점은 남북한 관계와 북한의 반응이다.체제경쟁적 차원에서 보란듯이 成씨를 서울로 데려올 경우 남북한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북한의 행태로 보아 우리가 공작해 납치했다고 주장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 다.아마 지금껏 알려진 김정일의 성격으로 보아 남북한 정상회담의 계기가 있더라도 成씨가 남한에 있는한 테이블에 나와 앉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뿐만 아니다.북한의 우리 국민에 대한 납치나 테러,또는 부분적인 도발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 다.KAL기 폭파라든가아웅산 폭탄테러의 경험은 북한이 얼마든지 그런 행동에 나설 수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 成씨 일가가 적어도 상당기간 제3국에 머무르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북한에 납치됐다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귀국한 신상옥(申相玉).최은희(崔銀姬)씨 부부의 경우도 해법의 한 선례로 참고해 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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