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텍 유물 ‘수정해골’은 모두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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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로 판명된 대영박물관 소장 크리스털 해골. [런던 AFP=연합뉴스]

미국·유럽에서 고대 아스텍 문명(멕시코 중부에서 14~16세기에 융성했던 인디오 문명)의 최고 유물로 대접받던 크리스털 해골이 가짜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고 AFP가 9일 보도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영국 대영박물관에 보관돼 온 크리스털 해골이 현대식 가공기구로 다듬어진 위작으로 판명됐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프랑스 퀘브랑리 박물관 소장 크리스털 해골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난 지 두 달 만에 확인된 것이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실물 크기인 이 크리스털 해골들은 그간 중남미 인디언들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으로 통해 왔다. 특히 크리스털 해골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와 신비감까지 더했다. 전설에 의하면 크리스털 해골은 원래 13개가 있는데 각지에 흩어져 있다가 세상에 결정적인 위기가 닥치면 한곳에 모인다. 그러곤 이 해골들로부터 신비한 기적이 일어나 고난을 극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된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털 해골의 왕국’도 이런 전설에 토대를 뒀다.

세 박물관의 크리스털 해골 입수 경위는 각기 다르다. 스미스소니언의 것은 16년 전 익명의 독지가가 귀한 아스텍 유물이라는 메모와 함께 보내왔다. 퀘브랑리 박물관은 1875년 알퐁스 피나르라는 고고학자가 남미 탐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당국에 기부한 크리스털 해골을 넘겨받았다. 대영박물관은 유진 보반이란 프랑스 골동품상이 갖고 있던 것을 보석상인 티파니를 거쳐 1897년 입수했다. 그러나 언제, 어느 유적에서 처음 발굴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이 크리스털 해골들은 오랫동안 진위 시비에 시달려 왔다. 그러자 박물관들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전자현미경으로 크리스털 해골의 표면을 분석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해골에 새겨진 홈들이 톱니바퀴 같은 현대식 가공기구로 새겨진 사실이 확인돼 가짜로 결론 내려졌다. 아스텍인들은 톱니바퀴를 본 적도 없으며 돌·나무로 된 원시도구로 유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작 판명에도 불구하고 스미소니언·대영박물관은 관중들의 인기를 감안해 크리스털 해골을 계속 전시할 방침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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