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우복지시설 외면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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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명절인 설을 앞두고 양로원과 고아원.보육원 등 전국의 사회복지시설을 찾는 발길이 올해에는 특히 뜸하다고 한다.예년 같으면수용시설마다 10~20여 단체.개인의 온정의 발길이 찾았을 시점이지만 올해에는 설이 사나흘밖에 남지 않았는데 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이맘때면 빼놓지 않고 「성의 표시」를 해오던 입후보 지망생들이 올해에는 총선때문에 선거법의 기부행위 금지조항에 묶이자 모두들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또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마다 예산으로집행해오던 설날 불우이웃돕기도 단체장이 정당인이 어서 특정정당의 선거선심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이밖에 지난해의 전직대통령 비자금수사 여파로 기업체들도 몸을 움츠리고 있다니 이래저래 불우이웃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선거나 사회분위기에 따라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이처럼 들쭉날쭉 한다는 것은 불우이웃돕기가 아직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정치지망생의 표를 의식한 선물공세나 행정기관의 생색내기식 위문은 진정한 불우이웃돕기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우이웃돕기에는 작더라도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따스한 손길이 중요하다.국가 경제규모나 생활수준에 비춰볼 때 이제는 우리가 능력이 모자라 복지시설을 돌보지 못한다고 말할 수만은 없지않은가. 불우한 사람들일수록 명절이 다가오면 외롭고 쓸쓸함을 더 느끼게 마련이고,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경우는 더 말할 것도없을 것이다.마침 다가오는 일요일이 섣달 그믐이다.자녀들과 함께 간단한 선물꾸러미라도 싸들고 가까운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하루를 보내는 것도 뜻깊은 설맞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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